다음 대선 시대 정신 '법치 회복'…헌법 수호할 깨끗한 정치인 '소환'

45년만의 비상계엄…'민주주의 회복' 국민 요구 띄웠다
'법치주의' 기름 부은 서부지법 난입…'민생 경제' 변함없는 1순위 '화두'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윤 대통령의 파면 등을 촉구하며 깃발 입장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2025.1.2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내세웠던 '공정과 상식'이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정국으로 2년 7개월 만에 사실상 허물어졌다.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체포·구속,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국민이 새롭게 주문하는 시대정신을 정치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2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이 '민주주의 회복'이라고 입을 모았다. 비상계엄 선포로 무너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조국 사태는 '공정과 상식', 비상계엄은 '민주주의 회복'을…시대정신 부상

역대 대선은 전임 정권의 실패에서 시대정신을 소환해 왔다.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쳐 승리한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2019년 조국 사태를 딛고 승리한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을 시대정신으로 내세웠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민주주의의 회복'을 시대정신으로 띄웠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45년 만에 이뤄진 비상계엄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이는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이어졌다. 국민의힘조차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단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비상계엄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추월하거나 비슷해진 현시점에도,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선 국민 과반수가 찬성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59%, 반대는 36%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1에 "민주주의의 회복이 시대정신의 가장 큰 그림"이라며 "민주주의와 관련된 법과 제도를 더 촘촘하게 재설정하고 민주주의의 적들에 대해선 엄정한 심판을 하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기획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헌재 제공)2025.1.2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부지법 난입에 '법치주의 회복' 필요성 대두…민생 회복도 시대정신 핵심 의제

게다가 최근 윤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이 벌인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는 '법치주의 회복'의 필요성에 기름을 부었다.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지지자 100여명은 서울서부지법 현관과 계단 쪽 유리문을 부수고 침입해 기물을 파손했다. 지지자들이 폭력을 사용해 법원을 습격하고 경찰을 폭행하는 건 유례없는 일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공정과 상식'이 시대정신이 된 건 조국 사태 때문이었는데, 현재 가장 큰 현안은 계엄 선포와 더불어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라며 "법치의 회복이 중요하게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법치주의의 회복과 더불어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지도자에 대한 국민들의 갈증도 큰 상태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이 중점을 둬야 할 분야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절반가량인 48%가 '민생 안정 및 경제 활성화'를 답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 및 내수경제가 위축된 상태에서, '경제 회복'이야 말로 조기 대선 시 중도층을 집결시킬 수 있는 핵심 의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내도 그렇고 국외도 그렇고 혼동의 시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강력한 욕구가 있다"며 "출산율 문제도 심각하고 우리나라 잠재성장률도 1%대까지 하락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과연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가 상당히 큰 시대정신으로 대두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박 정치평론가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전 세계가 출렁거리는데 우리만 지금 완전히 방치돼 있는 상황"이라며 "사실 민주주의 회복보다도 더 심각하다. 민생 회복에 목숨을 걸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