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없는 이야기 좀 할게요"…'엄중 낙연'의 유쾌한 변신

선플·악플 읽기하는 등…'이낙연TV'통해 2030과 소통 나서

'흔들흔들' 이낙연 (자료=이낙연TV 유튜브 갈무리)2021.05.24/뉴스1ⓒ 뉴스1

(서울=뉴스1) 권구용 기자 = "재수 없는 이야기인데요. 대변인 할 적에 뉴스를 매번 체크를 해야 하잖아요. 화장실에서 머리 감고 할 적에도 텔레비전을 켜 놓고 문을 열어놓고 해요. (하루는) 야 누구 목소리 멋있다 하고, 딱 돌아보니까 저였어요"

"기억나시죠 계란 맞은 거, 세계에서 제일 비싼 계란 맞았어요. 선배들은 한판에 500원 할 때 맞았는데 난 8000원 할 때 맞았어요. 그것도 두 개까지 실패하고 세 번째에 맞았으니..."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튜브 채널 '이낙연TV'에 나와서 한 말이다. 그동안 시종일관 진지하고 엄중한 이미지 혹은 '꼰대'와 같은 모습으로 비쳐왔던 1952년생. 만 69세의 그가 젊은 세대의 마음을 얻기 위한 몸짓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이낙연TV는 이달 초 그가 공식행보를 재개한 이후 '엄중은 잠시 접고 가실게요', '이낙연의 악플모음.ZIP', '대놓고 자랑 좀 하겠습니다'와 같이 2030세대의 영상 문법을 따르는, 짧으면서도 위트있는 동영상을 게재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스스로 목소리가 좋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에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네 괜찮다고 생각해요"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하고, 목소리 자랑을 할 때는 "재수 없는 이야기다"라며 예고를 하기도 한다.

(자료=이낙연TV 유튜브 갈무리)2021.05.24/뉴스1ⓒ 뉴스1

창원에서 청년들과 소규모 간담회를 하다가, 지난 3월 강원도 춘천시장에서 민생탐방 도중 시민단체 회원에게 계란을 맞은 일화를 먼저 소개하면서 '세계에서 제일 비싼 계란을 맞았다'라며 웃는 호탕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민트초코는 먹어보진 않았지만, 취향은 아닐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가도, '민초파가 많은데, 논란이 되지 않겠냐'는 말에 바로 '앞으로 좋아질지도 모른다'라고 태세를 전환한다.

흔히 정치인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딱딱한 주제를 경직된 카메라 워킹이나 편집을 통해 영상으로 만들어 놓은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주로 짧은 시간동안 말랑말랑한 영상을 소비하는 유튜브 소비 패턴에 따른 작법이다.

이 전 대표의 기존과는 다른 모습에 영상에는 '보면서 계속 웃었습니다. 너무 귀여우세요', '민초파가 아니라니. 띨망(실망)입니다. 낙연 의원님 유튜브에서도 자주 보고 싶어요', '유머코드 너무 좋아요' 등 의 긍정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긍정적 변화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캠프 측 자료에 따르면 4월 27일부터 5월15일까지 구독자는1만8000명 늘었고, 전체 조회수는 8만회·영상 한 건당 조회수는 평균 6700회로 조사 전주에 비해 456% 증가했다. 현재 채널의 구독자는 9만1200명이다.

특히 영상에 대한 2030세대의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만 18~24세까지 그리고 만 25~34세의 시청 층은 해당 기간, 평소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났고, 만 35~44세 시청층도 약 8.3%p 늘어났다.

(자료=이낙연TV 유튜브 갈무리)2021.05.24/뉴스1ⓒ 뉴스1

이처럼 2030세대에 다가가기 위한 '몸부림'은 영상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한달가량 잠행에 들어갔던 이 전 대표는 그 기간동안 젊은이들을 만나 그들이 느끼는 삶의 문제를 직접 들었고, 이를 본인의 정책비전에 녹여냈다.

그는 지역단위 전국조직인 신복지 포럼 발족식에 참석할 때마다 청년세대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고, "'청년에게 국가는 과연 무엇을 해주고 있나?', '청년들은 국가를 기댈만한 상대로 보고 있는가?' 라는 물음을 피할 수 없었다"라며 "물음에 대한 답이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이자 (제 정책 비전인) 신복지"라며 자신의 국가 비전을 소개한다.

5월 공개행보를 시작한 이후에도 이 전 대표는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청년세대를 만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한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비공개로 4인 이내로 만나는 것은 여전히 하고 있다"라며 "공개행사로 하면 청년들이 필터링해 이야기를 해서, 비공개로 필터링 없이 들으시려는 노력은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nubic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