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영상] 마카오서 만난 김정남…"수천만원 명품시계 차도 술값 없어"
술집에서 동석, 스스럼없는 인간미...땀 유달리 많이 흘려
- 박희진 기자, 황덕현 기자
(서울=뉴스1) 박희진 황덕현 기자 = "내가 누군지 알아요?"
마카오 여행 첫날, 배가 출출해 밤비행기로 도착하자마자 찾은 한국 주점.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배나온 중년 남자가 다가와 자신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 만해도 술집에서 흔히 있는 취기 탓 이겠거니 했다. 해외에서 먼저 다가와 한국말로 말까지 건네는 중년 남자가 북한 김정일의 아들 김정남 일 줄이야.
"김..정..남, 몰라요?"
그의 일행인 일본인이 어눌한 한국말로 '김정남'을 입에 올리자 그때서야 TV에서 간간이 모습을 드러낸 김정남의 이미지들이 떠오르며 입이 딱 벌어졌다.
"아..."
지난해 초 마카오로 여행을 갔다 술집에서 우연히 김정남을 만난 한 한국인 제보자가 들려준 김정남의 살아생전 모습은 그간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상으로 인간미가 넘쳤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각, 취기가 거하게 오른 김정남은 한국인, 그에게는 '남조선인'이 앉아있는 테이블을 오가며 흥을 돋웠다. 일본인 요리사와 비서와 함께였다.
술잔을 기울이다 자연스럽게 같이 '엄지 척'하며 사진도 찍을 정도로 소탈했다. 처음 보는 사람과도 허물없이 지내며 스스럼없이 친분을 쌓는 김정남에게 역사가 빚어진 불행한 개인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김정남은 '비운의 황태자'로 불렸다. 1971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여배우 출신의 동거녀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됐다. 하지만 2011년 김정일 사망 이후 이복동생 김정은이 최고지도자에 오르면서 권력다툼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해외를 떠돈 그에게 마카오는 '제2의 고향'같은 곳이다. 그는 2000년 초반부터 마카오를 근거지로 삼았다. 마카오 한국 교민들과도 격의없이 지내 교민들 사이에 '목격담'도 넘친다.
이 한국주점도 그가 늦은 밤에 가끔 찾던 '아지트'중 하나였다.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자 김정남은 친근감의 표시로 본인이 차고 있던 시계를 풀며 선물로 주겠다고 말했다.
시계는 스위스 명품 시계 '파텍 필립'. 수천 만원하는 고가 시계다. 술 마시다 나온 말인데다 평범한 시계도 아닌 명품시계를 주겠다는 김정남에 말에 도로 돌려줬다.
손에 차고 있는 시계는 수천 만원 짜리인데 현금은 없었다. 신용카드만 있는데 식당에 카드 결제가 안돼 우연히 동석한 사람이 돈을 냈다. 한국 돈으로 20만원 가량의 금액이었다.
이미 많이 취해있었다. 몸 상태도 좋지 않아 보였다. 온몸에서 땀이 비오듯 흘렀다. 휴지로 계속 닦아야했다. 침까지 흘려 건강에 무리가 간 게 아닐까도 생각했다. 테이블 위에 휴지가 가득 쌓였다.
일행들은 창가쪽 자리를 잡아 창밖이 잘 보였다. 심야 시간이라 어뒀지만 남자 두명이 술집 안을 들여다보며 밖을 어슬렁거렸다. 김정남을 감시하는 사람들로 추정됐다. 검은 '밴'도 함께였다. 계속 술집 안의 상황을 주시하는 이 두 남자가 '보디가드'였다면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김정남을 챙기러 진작 안에 들어왔을 테다. 김정남도 직접적으로 그들에 대해 언급은 피했지만 그들의 존재를 아는 듯 술을 마시면서도 창밖으로 힐끗 봤다.
실제로 김정남은 해외에서 '타향살이를 하며 끊임없이 신변의 위협을 받아왔다. 김정은은 지난 2011년 집권 이후 김정남에 대해 '반드시 처리해야 된다'는 암살명령(스탠딩 오더)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본격적인 시도도 한 번 있었다. 2012년 4월 김정남은 김정은에게 '저와 제 가족을 살려 달라'는 서신을 보내 호소하기도 했다.
그날 만취한 김정남은 결국 택시를 불러 보냈다. 일본인 비서가 김정남이 가족과 호텔에 산다고 전했다. 김정남의 전화기 너머로 들린 여자 목소리는 둘째부인 이혜경같았다. 목소리가 곱고 부드러웠다.
밖에 '검은 남자'들은 나서지 않고 끝까지 지켜만 봤다.
2b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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