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에, 노동문제에, 지역구챙기기가 뭔 상관?…"알맹이 없는 청문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에서 부적절한 질문 만
국정 농단 찾기 보다 민원성 질문도 빈축
- 최명용 기자, 장은지 기자, 심언기 기자, 서송희 기자, 조규희 기자
(서울=뉴스1) 최명용 장은지 심언기 서송희 조규희 기자 = "그 질문이 국정 농단과 무슨 상관인가"
28년만에 진행된 대기업 회장들을 상대로 한 대규모 국정조사는 소문난 잔치였다. 요란하게 회장들을 불러 모으고 국회의원들도 벼르고 별렀으나 건진 것은 없었다.
국회의원들의 의혹 제기는 그동안 나왔던 내용을 다시 한번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새로운 의혹이라고 제기한 내용마저 사실과 달랐다.
삼성청문회라 불릴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다그쳤으나 새로운 의혹을 확인한 것은 없었다. 윽박질러 가며 압박을 가해 미래전략실 해체와 전경련 탈퇴를 약속 받은 게 전부다.
국회의원들은 수준 낮은 질문으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저출산율이나 노동문제, 여성 인력 배려 등 국정농단과 상관없는 질문도 다수 나왔다. 더욱이 본인의 지역구를 챙기는 질문도 나와 빈축을 샀다. 18명의 국회의원들이 청문회 스타를 꿈꿨으나 오히려 증인이나 참고인이 스타라고 불릴만 했다.
◇이재용 부회장, '미래전략실 해체·전경련 탈퇴할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회관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미래전략실에 관해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을 느꼈다"며 "국민 여러분들께나 의원들께 부정적 인식이 있다면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순실 게이트 연루사태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라고 묻자 "저도 책임질 것이 있다면 책임지겠다"며 "특별검사 조사 등이 끝나면 저를 포함한 조직 안에 누구든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안민석 의원이 '물러나겠느냐'는 질문을 재차 하자 "제 책임이 있다면 그러겠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경영능력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언제든지 저보다 훌륭한 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경영권을 다 넘기겠다"는 강경발언도 쏟아냈다.
이 부회장은 앞서 전경련 탈퇴에 대한 하태경 의원의 질문에 대해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며 "전경련에 대한 기부금도 내지 않겠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LG SK 현대차 등 주요 그룹에 대해서도 전경련 탈퇴에 대한 입장을 받기도 했으며 각 그룹 회장들의 대답을 강요하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은 청문회 시간의 80% 이상을 할애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한 의혹과 삼성전자가 독일로 자금을 보내 정유라의 승마 훈련을 지원한 의혹 등을 쏟아냈다. 하지만 의혹만 제기하며 이 부회장이 답변할 것을 강압했으나 새로운 팩트를 찾아내진 못했다.
과거에 불거진 내용을 재차 확인하는 시간도 보냈다. 이 부회장의 재산 상속 과정과 차명계좌 실명전환 등에 대한 의혹을 재차 확인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 부회장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화해야하는 점, 특히 이번사태 계기로 제가 많은거 느꼈고 많은 거 배웠다"며 "국민들에게 절대 다시는 국민을 실망시켜드리는 모습 안 보이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국회의원, 호통에 압박까지..."찾아낸 것은?"
국회의원들은 주요 대기업 회장들에게 호통을 치며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미르 재단이나 K스포츠 재단 등에 출연한 자금의 출처에 대해 다시 의혹을 제기하는 데 그쳤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돈에 대해 대기업 회장들은 모두 대가성을 부인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무엇을 바란다든가 반대 급부를 요구한 적 없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대가를 기대하거나 요구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한류나 스포츠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정부가 뭔가 추진하는 데 민간 차원에서 협조를 바라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불이익을 우려해 출연한 것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장제원 의원은 한화그룹이 정유라에 말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 의원은 한화그룹이 8억원을 들여 장유라에 말을 사줬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한화그룹은 해당 말은 김동선 선수(김승연 회장의 아들)이 탔던 말이며 정유라에 지원했던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특히 정유라가 아시안게임에 탄 말은 최순실이 구매한 것으로 한화와 상관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둘러싼 그간의 의혹에 작심발언을 했다.
손 회장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CJ그룹에 있는 이미경 부회장이 조금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고 들었다"며 "조 수석은 그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이유에 대해 얘기를 들었냐"는 질문에 "답을 듣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국정농단 특위에서 출산율, 노동문제, 지역구챙기기까지...
국회의원들은 이날 국정조사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과 상관없는 질문을 쏟아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참고인으로 참석한 주진형 한화증권 사장에게 "임기 채우고 그만뒀다고 했는데 삼성물산 합병 관련해서 연임을 못 받았다고 생각하나"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주 사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무슨 상관인가"고 되물었다.
증인의 불성실한 태도를 다그치는 이완영 의원의 고성과 퇴장할 것을 요구하는 새누리당 의원, 퇴장하지 말것을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간 고성이 오갔다.
이완영 의원은 또 지역구 챙기기에도 나섰다. 이 의원은 "베트남으로 간 것의 3분의 1만 구미나 한국으로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이재용 부회장에게 질의했다.
이 의원의 지역구는 경북 고령·성주·칠곡군이다. 이 지역은 구미시 남부와 인접해 구미시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최교일 새누리당 의원은 허창수 회장에게 "여성이 출산후 복귀하면 여성을 후대하는 정책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현대차 정진행 사장에게 "현대차 그룹내 수많은 노동자가 산재로 죽어가고 비정규직이 고통받고 눈물흘린다"며 노동문제에 신경써 달라고 당부했다. 윤 의원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 부당해고 노동자의 항의 문제를, 신동빈 회장에겐 롯데의 파주 쇼핑몰에 따른 영세 상인 문제를 제기했다.
재계 관계자는 "28년만에 열린 기업인 대상 국정조사였으나 청문회 스타라 불릴 만한 인물을 찾기는 어려웠다"며 "되레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강하게 반박한 주진형 사장이나 논리적인 대답을 한 김상조 교수 정도가 눈에 띄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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