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對 박원순] ①리더십…'정주영 DNA' vs '깨알 리더십'

與 정몽준, 저돌적 CEO 리더십으로 '일복 시장' 기치…스킨십 부족 평도
野 박원순, 꼼꼼한 리더십에 소통 무장…완벽주의 이면엔 '독불장군' 평가도

편집자주 ...15일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6·4 지방선거가 막을 올린 가운데 '대한민국 소통령'이라는 서울시장 선거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뉴스1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이번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여야 유력정당 후보들의 면면을 비교해 몇 차례에 걸쳐 나눠 싣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월호 침몰 사고 29일째인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왼쪽)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세월호 침몰사고 29일째인 14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실종자 가족 천막에서 가족들을 만난 뒤 천막을 나오고 있다. (사진 오른쪽) 2014.5.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차윤주 김유대 기자 = 차기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새누리당의 정몽준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원순 후보는 삶의 이력이 다른 것 만큼이나 리더십에 있어서도 구별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현대가(家) 2세인 정 후보가 아버지를 빼닮은 저돌적인 추진력의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이라면,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 후보의 리더십은 섬세함과 꼼꼼함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면서도 두 후보 모두 일에 대한 욕심이 많기로는 누구에게도 쉽게 지지 않을 수준인 점은 비슷해 보인다.

다만 정 후보가 일 중에서도 '큰 일'에 장점을 보이는 스타일이라면, 박 후보는 상대적으로 '작은 일부터 잘해야 하다'는 쪽이다.

◇정몽준, '정주영 DNA'…저돌적 추진력·승부사적 리더십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커다란 열정을 가지신 분이었다."

정몽준 후보는 본인의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 머리말에 이같이 적으며 부친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인생의 가장 큰 멘토로 꼽았다.

정 후보를 주변에서 지켜본 사람들도 그의 리더십을 말할 때 '정주영 DNA'를 언급한다. 기업인으로서 산업화 과정에서 현대 신화를 이끈 정주영 회장의 저돌적인 추진력 등 CEO 리더십을 빼닮았다는 얘기다.

정 후보는 1982년 만 30세의 나이에 현대중공업을 맡으면서 기업인의 길로 들어섰다.

1988년 13대 총선을 통해 정치에 입문하면서 경영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당시 주요 지표에서 국내 최고 회사로 꼽힌 현대중공업 경영을 책임지면서 부친의 리더십을 전수받았다.

주변에선 만능스포츠맨을 자처하는 정 후보의 승부사적 기질 역시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았다는 평가를 내린다. 허허벌판 모래사장에 조선소를 세운 부친의 '이봐, 해봤어?' 정신이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체득됐다는 얘기다.

정 후보의 측근들은 이렇게 쌓은 리더십이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우여곡절 끝에 유치하는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서면서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일복 시장' 역시 CEO 리더십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기업 경영 과정에서 배운 '일에 대한 욕심'이 각종 개발 공약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 후보 측 박호진 대변인은 "정 후보의 가장 중요한 리더십은 강한 추진력에 있다"면서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서울에 역동성을 불어 넣고, 공무원 조직을 장악해 나가는데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의 측근 인사들의 면면에도 기업가 출신의 리더십이 엿보인다.

정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 등록 직전까지 27년간 국회의원 생활을 했지만, 비슷한 무게감의 다른 정치인과 달리 계보라고 할 만한 측근 인사들이 많지 않다.

정 의원의 직계 인사로 통하는 인물로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 특보단장을 지낸 이사철 전 의원과 사무국장 출신인 안효대 의원, 비서실장 출신의 정양석 전 의원 등이 있다.

27년 국회의원 시절 대부분을 무소속과 당내 비주류로 보낸 이유도 있지만 "사람을 쉽게 신뢰하지 않되, 한 번 발탁한 사람과는 끝가지 가야한다"는 기업인 리더십의 특성이 측근 인사의 구성에서도 묻어난다는 평가다.

정 후보의 이런 리더십을 독선적 또는 제왕적 리더십으로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기업가 출신 특유의 수직적 조직 구조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당내 비주류의 길을 걸으면서 주변 사람들과의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점이 리더십의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하지만 근래에 서울시장 후보 경선 등을 거치면서 당 안팎에서는 "정몽준이 달라졌다"는 평가도 많다.

경선 과정에서 적극적인 스킨십을 보이면서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된 권위주의적 이미지를 많이 벗어던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선 과정에서 정 후보를 만난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 사이에서는 그가 낮은 자세로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화제가 됐다는 후문이다.

◇박원순, 꼼꼼하게 챙기는 '깨알 리더십'…소통도 활발

성공한 시민운동가에서 지난 2년8개월 수도 서울을 책임지는 행정가로 변신한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현 서울시장)의 리더십은 섬세함과 꼼꼼함, 소통으로 요약된다.

박 후보는 재임 동안 "시민들의 삶을 알뜰하게 챙기고 꼼꼼하게 살피는 시장으로 남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말그대로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는 섬세한 리더십, 깨알 리더십이 정평이 나 있다. "작은 것도 못하면서 어떻게 큰 일을 제대로 하겠느냐"는 게 박 후보의 소신이다.

어수룩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박 후보는 알려진 대로 완벽주의자다.

지난해 10월24일 취임2주년 간담회에서도 그는 "서울만큼은 더 이상 손댈 게 없는 완벽주의로 가야한다. 깨알같은 꼼꼼한 행정으로 제대로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시민운동가 시절 시간이 아까워 사무실에 간이침대를 놓고 생활하고, "과로로 쓰러지겠다"고 호소하는 직원들에겐 '과로를 이기는 법'이라는 책을 선물했다는 일화도 있다.

늘 아이디어가 많고 에너지가 넘쳐 아랫사람은 필연적으로 피곤하다. 관심 사안은 디테일한 부분까지 꿰고 있어 같이 일한 이들은 '미친' 꼼꼼함이라고 혀를 내두른다.

2011년 보궐선거에도 참여했던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사람의 능력을 120% 짜내는 능력 하나는 탁월하다"고 했다.

시민운동 시절부터 함께 한 참모는 "정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일을 준다. 그 일을 끝내고 나면 능력이 굉장히 향상되는데, 견딜 수 없어 그만 둔 사람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런 시민운동가 시절의 그를 두고 "격의 없지만 냉정하다", "독불장군"이란 평가를 내리는 이들도 있다.

추진력이 강한 완벽주의자라는 평가 이면에는 일을 자기중심적으로 풀어간다는 평이 숨어 있는 셈이다.

여기에 늘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났던 '노마드'식 스타일 때문인지, '큰 스케일로 지구력 있게 끌고 가는 리더십은 부족한 게 아니냐'는 평을 내리는 사람도 있다.

다만 아랫사람을 끊임없이 닦달하던 '시민운동의 대부'는 행정가로 변신한 뒤엔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지만 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전처럼 일하면 서울시 공무원들 다 쓰러진다"는 농담은 박 후보가 자주 하는 말이다.

소통의 리더십도 눈에 띈다.

박 후보의 이른바 '카페트(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트위터)' 친구는 100만명이 넘는다. 일상적으로 시민들과 주고받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내용 가운데 시정과 관련된 것들은 해당 부서로 넘어간다.

그의 짧은 임기 중 서울시에선 민관 협치(거버넌스)가 자리잡았다. 서울의 20년 발전 방향을 담은 '2030 서울플랜'부터 '반려견 놀이터' 개장까지 이해 당사자와 시민의 의견을 듣는 일이 필수 코스가 됐다.

격의없고 수평적인 리더십은 시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보고는 눈높이에서 받는다. 서울시 공무원들에겐 박 후보의 시장 취임 후 '앉아서 하는 보고'가 자리잡았다.

지난 2일 발생한 지하철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사고처럼 큰일이 터지면 하급 직원까지 참여하는 '카톡방'을 열어 의견을 주고받는다.

막 임명받은 새내기 공무원이 청사에서 만난 시장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더러 있다고 한다. '소통의 달인'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다.

chach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