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官피아 방지책, 총론 없이 각론부터?
海피아, 원전마피아 방지법안 등 잇따라 발의됐지만 체계 부족
총론격인 '김영란법'은 처리도 않고 관료사회 비리척결은 '꿈'
- 김승섭 기자
(서울=뉴스1) 김승섭 기자 =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여야가 국회를 정상 가동하고 이제까지 밀려있던 법안들에 대한 심사·처리에 착수했다.
정치권은 특히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관료사회에서 이뤄져온 관경 유착관계가 지목되면서 법적 장치 마련을 통해 이를 뿌리 뽑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여야 의원들이 국회에 제출한 법안을 살펴보면 대형 참사 방지를 위한 취지를 가진 것도 있지만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 근절을 위한 법안들도 눈에 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5일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는데 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제한 대상을 현행 '사기업이나 법무법인' 등에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출자·출연·보조를 받는 기관·단체 및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기관·단체(공직유관단체)'로 확대·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며 "해양수산부 관료 출신들의 해양 관련 산하·유관기관 핵심보직 독식과 이로 인한 봐주기 식 일처리가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고 밝혔다.
'해피아(해양수산부 관료+마피아)방지법안'이란 설명이다. 법안은 28일 현재 국회 의안과에 접수돼 관련 상임위원회인 안전행정위에 넘겨졌으며 심사를 통해 전체회의에 상정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경우 개정안 시행과 함께 공직유관단체의 안전관리 등 위탁업무 수행에 있어 공정성과 책임성이 강화될 전망이다.
김 의원측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금도 이해관계가 있을 때 사기업이나 법무법인 등에는 퇴직 공무원이 갈 수 없지만 이번에 봤듯이 한국해운조합과 같은 비영리 특수법인에도 취업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물론 공무원도 전문성이 있을 수 있어 관련 단체로 갈 수도 있지만 가더라도 정부에 알리고 심사를 받고 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측은 다만 "법이 시행됐을때 관료 출신들이 유관기관에 가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 없고 단체 각각의 세부적인 운영과 관련해서는 일일이 다 관여할 수 없다"며 "그렇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조만간 해수부 산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이 안전관리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서는 원전 비리가 터졌을 때 원피아(원전+마피아)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정수성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원자력발전사업자 등의 관리·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원전 공기업에 대한 주무 부처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원전 관련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 처벌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을 '계절과일식 상품내놓기', '수박 겉핥기식' 법안발의라며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정치법학)는 "지금 여야 의원들이 내놓는 법안들은 계절 과일 내놓듯 하는 것과 다를바 없고 심층적으로 고민한 것 같지도 않다"며 "지금은 여야간 정책 경쟁보다는 행정부와 함께 사고원인 등 근본적인 문제를 조사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발의 되는 관피아 방지법에 앞서 나왔던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은 원안대로 진작에 통과시켰어야 했다"며 "이를 테면 김영란법은 공무원들이 비리를 저질렀을 때 엄단한다는 총론이고 그걸 통과시킨 뒤 각론이 나왔어야 선후가 맞다"고 말했다.
공직자들의 비위에 대한 엄중한 처벌 내용을 담은 총론 없이 각론부터 만들어 공무원 비리근절 및 전관예우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얘기다.
이와 관련, 여야는 지난 25일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그동안 단한번도 논의되지 않았던 김영란법에 대해 심의했다.
현재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는 정부(국민권익위원회)와 야당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4개의 김영란법이 계류 중인데 정부(정부 수정안), 새정치연합의 김영주·이상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이라는 명의로, 김기식 새정치연합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공직수행의 투명성 보장과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법률안'이란 이름으로 소위에 회부되어 있다.
김영란법은 전관예우와 일명 스폰서 검사가 문제됐을 때 만들어진 법안인 만큼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 △공직자의 금품 수수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와 충돌되는 직무 수행 등 3가지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4개 법안 모두 이 같은 규정을 어겼을 때 처벌하는 조항을 담고있다.
하지만 정부 수정안과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안은 처벌의 경중에 다소 차이가 있다. 실질적으로 야당안이 당초 김영란법의 취지와 정부 최초 발의안과 내용에 가깝다.
야당은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챙긴 모든 공직자를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한 반면 현재의 정부안은 직무 관련성이 있을 경우에만 형사 처벌하고 관련이 없는 공직자의 금품수수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을 배제하는 대신 받은 돈의 최대 5배를 과태료로 부과하도록 했다.
새정치연합의 원내 고위관계자는 "관료와 업계의 유착 문제를 총체적으로 보고 전관예우를 구조적으로 막아야지 법안 몇개 발의한다고 관행이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며 "더욱이 성폭행사건이 발생했을 때 발의한 성폭행방지법, 세모녀 자살사건과 관련한 법안, 원전비리방지법안 등 때만 되면 법을 만든다고 하는데 이러다 몇달지나면 99% 묻히거나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이번 참사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현재 발의된 관련 법안은 여야 이견 없이 통과되겠지만 제도적으로 공무원들이 유관기관에 취업해 비리를 저지르지 못하게 막고 해야 한다"며 "거기 더해 김영란법은 이번 참사가 아니더라도 정부 최초 발의안대로 통과시켰어야 맞다"고 덧붙였다.
cunj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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