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측 홍영표 비망록 발간 통해 무얼 의도했나?

당 안팎 비망록에 곱지 않은 시선… '안철수견제?친노 주도권확보?흥행?'

홍영표 민주당 의원©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 =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민주당 후보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이었던 홍영표 의원이 대선 패배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망록'을 발간한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홍 의원은 지난달 31일 자신이 펴낸 '비망록―차마 말하지 못한 대선 패배의 진실'이란 제목의 책(336쪽)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문 후보측 시각에서 서술했다.

책에는 안철수 후보가 자신이 사퇴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문 후보를 지원하지는 않았고 또 안 후보는 문 후보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공동신당 창당 추진과 그에 관한 전권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안 후보측과의 막판 후보단일화 협상과정에서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이 전화여론조사에 의한 '지지도50% +가상대결 50%' 여론조사 방식을 제시하며 "회담도 토론도 필요없다. 일 점 일 획도 빼지 말고 안을 받아라"고 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홍 의원이 비망록을 발간한 이유에 대해 친노(친노무현) 진영이 신당창당을 준비중인 안철수 의원측을 향해 미리 견제구를 날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대선패배 책임론 때문에 움츠리고 있던 친노 세력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 의원과 각을 세우며 당의 주도권을 다시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친노 측의 예상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비망록 출간에 대한 사전상의도 없이 홍 의원은 1일 김한길 대표에게 직접 책을 전달했다고 한다.

당내에선 한창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정치 및 선거개입 의혹을 놓고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시기에 안 의원에게 대선 패배의 책임을 돌려 논란을 만드는 것은 현재 진행중인 대여(對與) 투쟁의 집중력을 잃게 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 지도부의 시각인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내년 지방선거와 7월 재보궐 선거 등을 앞두고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 질 경우 안 의원측과 연대를 해야 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음에도 미리부터 대선 때 단일화 협상내용까지 공개하며 '앞으로 함께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섣부른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선 대선 비망록은 민주당이 지적소유권을 가졌다고 볼 수 있음에도 홍 의원 개인이 당과 상의없이 이를 이용했다는 불만도 표출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슈화를 통해 흥행을 노린 것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은 재보선 참패, 아니 2011년 10월부터 시작된 선거 5연패 행진에 대해 성찰하고 자기혁신을 다짐하고 있어야 할 때"라며 "홍 의원이 굳이 그 나쁜 기억을 애써 끄집어내어 주는 이유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강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도 "비망록은 비망록이어야 했다"며 "잊지 않으려는 비망록이 공개될 때는 그 의도가, 꼼수가, 목적이 있기 마련"이라고 비판했다.

pj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