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공동선거운동 협의때 신당 창당 전권 요구"(종합)

홍영표, 대선 비망록 내달 1일 출간…단일화 협상 과정 등 소개
송호창 "처음 듣는 얘기…사실아냐"
문재인-안철수에 정치적 타격 불가피…안철수 신당 견제 시각도

안철수 무소속 의원(왼쪽)과 문재인 민주당 의원. 2013.9.10/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서울=뉴스1) 김현 박상휘 기자 =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지난 해 대선 때 문재인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 지원 조건으로 공동신당 창당 추진과 그에 관한 전권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31일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주당 내 친노(친노무현) 핵심으로 대선 당시 문 후보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홍영표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저서 '비망록-차마 말하지 못한 대선패배의 진실'을 내달 1일 출간할 예정이다.

책에는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후보간 단일화 협상 실패 이후 문 후보가 안 후보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과정 등이 상세히 담겨 있다.

안 의원은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도중인 지난해 11월23일 "백의종군하겠다"며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안 의원의 사퇴 이후 손학규 상임고문이 같은 달 26일 만나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치자"고 말했지만, 안 의원은 다음 날 있었던 서울 광화문 첫 집중유세에 참석하지 않았다.

안 의원측은 같은 해 12월2일 문 후보와의 공동 선거운동을 위한 사전 협의안을 제안했다. 이른바 '미래 대통령 안철수'와 '새로운 정당의 설립'을 요구한 내용이다.

협의안 문건엔 '문재인·안철수가 새 정치 공동선언의 실천을 위해 필요하면 완전히 새로운 정당의 설립을 추진하겠다. 안 전 후보가 새정치 정당 쇄신의 전권을 갖고 정치개혁에 앞장설 것이다'라고 돼 있으며, 안 의원측은 이 같은 내용을 문 후보가 직접 발표하도록 요구했다는 게 홍 의원의 주장이다.

특히 문건에는 '안철수 전 후보가 이미 국민의 마음 속에 우리나라 미래의 대통령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양측의 합의안이 마련되면서 문 후보가 지난해 12월14일 선대위 회의에서 "안 전 후보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가겠다"고 언급했다는 게 홍 의원의 설명이다.

안철수 전 후보는 합의안이 마련된 뒤인 12월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주당의 마지막 집중유세에서야 처음으로 민주당 유세차에 올랐다.

이와 관련, 안 의원은 지난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당시 "실익도 없는 요구를 하는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 있겠는가"라며 부인한 바 있다.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도 안 의원측은 "당 혁신 실천의지를 보이면 만나겠다"며 사실상 당시 이해찬 당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고 한다. 또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면서 발표한 '새정치공동선언'에서 '우리의 기성 정당은 인물과 계파 중심의 줄 세우기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부분과 관련, 당초 안 의원측은 '기성 정당' 대신 '민주통합당'을 적시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홍 의원은 책에서 지난해 11월 22일 그랜드 힐튼 호텔 문재인-안철수 단독 회동 당시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것과 관련해 노영민 의원의 말을 인용, 사실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당시 이 같은 소문에 대해 노 의원은 문 후보에게 안 의원이 민주당 입당을 밝혔는지 물었고 문 의원은 "그런 말 한적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대선 비화 공개를 두고 문 의원과 안 의원 양측 모두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국회 입성 이후 독자세력화를 꾀하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견제를 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민주당 내에서 당초 홍 의원이 이번 비망록을 몇달 전 완성했지만, 당 지도부 등이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만류해 출간 시기가 늦춰졌다는 얘기도 들리는 것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홍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안 의원측은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홍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안 의원측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아직 책을 보지 못했다. 책을 봐도 언급할 생각이 없다"면서 "'미래 대통령' 논란 부분에 대해선 이미 지난 3~4월에 다 얘기한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안 의원 측은 '문 후보가 후보직을 양보하면 민주당에 입당 하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당시 민주당 입당 카드는 사실이라고 홍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민주당 입당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문 후보측에서 이 제안을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안철수 캠프의 선대본부장이었던 송 의원도 이날 오후 YTN과의 인터뷰에서 홍 의원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송 의원은 공동 신당창당과 그에 대한 전권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당시 안 의원은 문 후보를 아무런 조건없이 전폭적으로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선거를 총괄책임했던 한 사람으로서 이런 내용의 문서를 주고 받았던 적이 전혀 없다"며 "어떤 내용인지 우리들도 오히려 궁금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에도 확인을 했었고, 대선 직후에도 확인을 했었고 최근에도 이 이야기가 나와서 또다시 확인을 해 보는데도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상식적으로도 전혀 납득 할 수가 없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홍 의원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로 인해 민주주의의 회복이 필요하고 민주당에서 야권의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논란을 또다시 반복하는 것이 어떤 실익이 있냐"며 "결국 여당에게만 이익이 되는 논란을 일으키는 이유를 납득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도 이와 관련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금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예 출마를 포기하고 양보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고 원망하는게 정말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라며 "이 사람들은 남의 탓을 하지 않을 때가 한번도 없구나. 이제 좀 지겹다"고 홍 의원을 비판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뒷얘기를 둘러싸고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당분간 양측의 진실공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sanghw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