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맏형' 서청원 여의도에 둥지, 당청관계 달라질까

'수평적 관계' 설정 기대에도 불구, '黨 위상 강화 아닌 靑과의 호흡 중점' 전망도

국회의원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서청원 당선자가 31일 오전 화성시 송산동 현충탑에서 호국영령들에게 헌화를 하고 있다.2013.10.31/뉴스1 © News1 최영호 기자

(서울=뉴스1) 진성훈 기자 = 친박(친박근혜) 원로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7선·경기 화성갑)의 여의도 귀환을 놓고 여권의 관심이 집중되는 지점 중 하나는 당청 관계의 변화다.

10·30 재보선을 통해 최다선 의원으로 복귀한 서 의원은 30년 이상의 정치적 경륜과 더불어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친박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기대받고 있다.

이 같은 위상을 바탕으로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다소 서먹해진 청와대와 친박 그룹 사이에서 서 의원이 조정자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역시 친박 원로 그룹의 한 명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대등한 관계라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당청을 수평적 관계로 이끌 수 있다는 관측도 힘을 얻는다.

다만 서 의원의 막강한 위상이 구체적으로 당청 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갈지는 예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수면 위의 당내 역할과는 별개로 물밑에선 김 실장과 함께 여권의 '투톱'으로 활약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같은 '수평적' 당청 관계가 당을 청와대에 맞추게 될지, 청와대를 당에 맞추게 될지가 관심이라는 얘기다.

우선 청와대와의 소통 부재를 호소해 온 친박 사이에선 서 의원의 복귀를 계기로 여의도의 목소리에 좀 더 힘이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다.

그간 당청 관계의 무게중심이 당내 친박 실세인 최경환 원내대표나 홍문종 사무총장 등에 비해 김 실장을 필두로 한 청와대 쪽에 기울어 있었다는 불만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인사 문제 등 각종 국정 난맥상을 놓고도 청와대를 향해 산발적인 불만 표출에 그치는, 끌려다니는 집권 여당의 모습이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실제 기존 당내 친박 핵심 그룹들과는 달리 서 의원에게는 '박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지 않고도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사'라는 평가가 따라붙는 것도 사실이다.

서 의원이 2008년 총선 당시 친박연대 공천헌금 사건으로 이듬해 구속 기소된 데 대해 박 대통령이 '마음의 빚'이 있다는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탠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분간 당내 직책을 맡지 않는다고 해도 비공식적으로 당의 목소리를 청와대에 전달하는 데 있어서 기존의 다른 인사들과는 무게감의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당내 일각의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서 의원이 이번 재보선에서 별다른 연고도 없는 화성에서 공천을 받은 배경은 '청와대의 뜻이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당내에서 공공연히 회자되는 마당에, 박 대통령이 여당의 '곧은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서 의원을 '투톱'으로 내세웠다고 보는 것은 설득력이 적다는 것이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청와대는 김 실장, 내각은 정홍원 총리, 여의도는 서 의원 등으로 '아웃소싱'을 통한 박 대통령 친정체제의 강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 어려운 여의도 정치를 서 의원이 나서 충실히 관리해 주기를 바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친박 원로 그룹 사정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서 의원이 당청 소통에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지만 소통의 방점이 청와대에 당의 목소리를 잘 전달하는 데 있을 것으로 보면 오판"이라며 "오히려 청와대의 의중이 당에 분명하게 전달되는 역할을 맡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평적 당청 관계의 의미가, 청와대와 여당이 한 뜻으로 호흡을 맞춰 국정을 이끌어 가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여당의 역할이 미진하다는 판단을 갖고 있다는 관측과도 연결된다.

서 의원이 당선 일성으로 '박근혜정부의 울타리 역할'을 내세운 점을 흘려들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소신 행동이 가능하다는 서 의원의 위상과 관련해서도 "이제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 의원과 가까운 한 당직자는 "그것도 대통령이 되기 전 얘기다. 지금은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당청 관계의 변화가 많을 거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며 "국정 시스템이 어느 정도 궤도를 갖춰가는 상태에서는 개인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차분히 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경제나 대북 관계 등 다른 분야에서라면 몰라도, 자신이 5선 의원으로 경험한 정무·정치와 관련해서는 자신감을 갖고 있어 밑에서 다른 의견을 관철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선동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지난 8월 경질된 것도 이런 배경이었다는 말이 있다.

물론 서 의원과 김 실장과의 대등한 관계를 고려하면 지금보다는 수월하게 여당의 소소한 요청이 청와대에 성공적으로 전달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서 의원은 김 실장이 포함되는, 친박 원로 자문그룹인 이른바 '7인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김 실장 등 원로 자문그룹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개인적으로 막역한 사이까지는 아니지만 함께 오랫동안 박 대통령 만들기에 힘을 합해 오면서 호흡을 맞춰 왔다는 전언이다.

서 의원은 3당 합당 이후 1992년 집권 여당인 민자당으로 14대 의원(3선)에 당선됐고 같은 해 10월까지 김 실장은 법무장관을 지냈다. 서 의원은 이듬해인 1993년 정무1장관에 임명됐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서 의원과 김 실장은 모두 신한국당 소속으로 각각 4선, 초선 의원이 됐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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