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개입만 보이는 국감…민생 현안 뒷전 밀려

여야 모두 표면적으로만 민생 국감 외쳐...성과 별로 없어
기초연금 문제, 동양그룹 사태 관련도 소리만 요란
보훈처장 등 피감기관장 막무가내식 답변 태도도 문제

<자료사진>. 2013.10.2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유대 기자 = 2013년도 국정감사가 결국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파묻혀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린 채 막을 내리게 됐다.

지난 14일부터 국회 각 상임위원회별로 진행한 국정감사는 30일로 일정이 사실상 마무리된다.

31일과 내달 1일은 각 상임위별로 관계부처에 대한 확인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다. 내달 4일부터 7일까지는 운영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 정보위원회 등 겸임 상임위원회의 국정감사가 별도로 진행된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댓글 의혹 사건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파문 등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어느 때 보다 첨예한 상황에서 시작된 국정감사인 만큼, 정치권에서는 '편향 국감' '부실 국감'이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국정감사 일정에 돌입하면서 여야는 모두 '민생'을 앞세워 정책국감의 의지를 강하게 밝히기는 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들어 처음으로 진행되는 국회 국정감사가 생산적인 방향으로 흐를 것이란 기대도 나왔지만,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심화하면서 민생 현안은 부각되지 못했다. 이따금 나오는 의미있는 정책 질의 역시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관심에서 멀어졌다.

국정감사 초반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의 불씨가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댓글 활동 의혹으로까지 옮겨 붙으면서,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으로 여야 정쟁은 확전 양상을 띠었다.

여기에 공소장 변경 신청 문제로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국정원 대선·정치개입사건 특별수사팀에서 배제되는 상황 등이 이어지자 모든 이슈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으로 빨려 들어갔다. 국가보훈처와 통계청 등도 대선 개입과 관련한 의혹의 눈초리를 받았다.

정쟁이 격화됐지만,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국정감사의 부실을 키워갔다.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연일 '대선 불복'으로 맞불을 놓으며 대치를 심화시켰을 뿐 정국 정상화를 위한 시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표면적으로는 민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민생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여건 조성 차원에서 민주당 등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 역시 야당이 이슈를 끌고 나갈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인 국정감사에서 국가기관 대선개입 현안 이외에 이렇다할 활약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당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하면서도 민생 국감을 위해 특단의 노력을 병행했어야 했는데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을 내놓지 못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29일에도 부실국감에 대한 책임을 상대당에 떠넘기며 공방을 이어갔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여론조사를 근거로 "새누리당이 민주당 보다 국정감사에서 민생과 경제를 훨씬 더 잘 챙기고 있다고 많은 국민들이 응답했다"면서 "새누리당은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민생과 정책, 체감 국감의 3대 원칙을 잘지키고 국정감사 본래 의미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다"고 민주당 등 야당을 비판했다.

반면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 등에 대해 "문제의 본질인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손톱 만큼도 입장 변화가 없고, 야당 때문에 경제가 잘 풀리지 않고 있다는 책임 전가만 되풀이했다"며 "정국호도용 물타기와 책임 떠넘기기"라고 맞섰다.

이 같은 공방 속에 여야는 이번 국정감사의 당면 민생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초연금과 동양그룹사태 등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기초연금을 둘러싼 국감은 박근혜 정부의 공약 파기 논란에 묻혀 여야 공방만 난무했다.

동양그룹사태 역시 당초 국정감사 초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며 주목을 받았지만, 증인을 불러 놓고 호통을 치는 것 외에 피해자 구제와 재발 방지책 등에 대한 해법은 국정감사장에서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동양그룹사태와 관련한 청와대 대책회의가 9~10월 세 차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문제 역시 여야간 정쟁의 소재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각 상임위별로도 증인 채택 문제 등을 놓고 감사 중지와 속개를 반복하는 등 국정감사 내내 파행과 진통을 겪었다. 특히 기획재정위원회의 경우 증인 채택 문제로 여야가 공방을 벌이며 지난 23일 국정감사를 통째로 허비하기도 했다.

또한 국정감사에 임하는 피감기관장의 태도도 도마위에 올랐다. 전날 박승춘 보훈처장은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자료제출을 요구한 야당 위원에게 "자료제출 요구의 목적이 무엇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답하는 등 막무가내식 답변 태도로 논란을 키웠다.

이같은 현상이 되풀이되면서 전문가와 시민단체 역시 20일 가까이 진행된 국정감사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국정감사 현장을 모니터링하면서 평가하는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은 "국정감사 본래 목적과 의의에 부합하는 정책감사를 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일부 상임위에서는 민생보다 당리당략적 정쟁이슈에 함몰됐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야당이 장외 투쟁 등으로 국정감사 준비에 소홀하다 보니 국정감사의 질이 떨어 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매년 정쟁으로 인해 되풀이 되는 부실국감을 막기 위해 상시국감으로의 전환과 국회의원 보좌진을 각 상임위원회 소속으로 둬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제도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yd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