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4일차 여야 신경전 고조…곳곳서 국감중단 잇달아

피감기관장 사퇴요구, 추가 증인 채택 등 갈등으로 파행 속출

17일 오전 인천 중구 운서동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공항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노트북에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이 붙어있다. 2013.10.1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진성훈 기자 = 박근혜정부 첫 국회 국정감사가 17일로 4일째를 맞은 가운데 여야 간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곳곳에서 국감이 중단되는 파행 사태가 불거지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20일 간 사상 최대인 628곳의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이 진행되면서 부실 국감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이처럼 국감 파행 사태까지 속출함에 국감이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는 전날 보건복지부가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야당 의원들의 실명을 넣어 '기초연금 야당 의원 발언 대응' 자료를 배포한 것을 야당이 문제삼으면서 오전 국감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피감기관인 복지부가 여당 의원들에게 일종의 지침을 준 것은 삼권분립에 위배되는 국정감사 방해 행위라고 주장하며 이영찬 복지부 차관을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여당 의원들은 당의 요청에 의해 복지부에서 설명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국감을 방해하려는 목적이 아니라고 맞섰다.

기초연금 현안 등에 대한 국감이 진행되지 못하고 의사진행발언만 계속되자 민주당 간사인 이목희 의원은 "더이상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정회를 요청했고 오제세 복지위원장은 오전 11시쯤 감사중지를 선포한 뒤 오후 늦게서야 국감이 재개됐다.

국토교통위원회의 인천국제공항공사 및 한국공항공사 국감에서는 민주당이 증인으로 나선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의 자격을 문제삼으면서 파행을 겪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 감사에 들어가기 전 잇따라 의사진행발언에 나서 서울경찰청장을 지낸 김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증인 선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이들은 노트북에 '용산참사 책임자, 김석기 사퇴'라는 글을 붙여 놓은 채 김 사장이 용산참사 책임자였으며 한국공항공사 사장 선출 시 인사추천위원회 평가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한 점을 들어 김 사장의 국감장 퇴장 및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용산 사태가 과거의 일이라는 점을 들어 이 때문에 국감 진행이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맞서 정회가 선포되는 등 한 때 국감 진행이 차질을 빚었다.

추가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벌이면서 여러 상임위에서 파열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감에서는 밀양송전탑 공사와 관련해 야당이 손심길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증인으로 추가 채택할 것을 요구하면서 오전 국감이 파행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인권위가 밀양송전탑 긴급구제 요청을 기각한 것과 관련, 손 사무총장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새누리당은 "인권위의 기각 결정문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면서 맞섰다.

이에 오전 국감이 파행을 겪었고, 오후 들어 여야 간사 협의를 통해 손 사무총장 등을 추가 증인으로 채택하는 데 합의한 뒤에야 국감이 제대로 시작됐다.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는 우기종 전 통계청장에 대한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면서 오후 들어 국감이 중지됐다.

야당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통계청이 개발한 '신(新) 지니계수'가 부정적으로 나오자 우 전 청장이 외압을 받고 발표 시점을 대선 이후로 늦췄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초 이날 오후 국정감사 시작 전 여야 간사인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과 김현미 민주당 의원은 우 전 청장을 오는 29일 통계청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에 합의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오후 국감 시작 후 이에 제동을 걸면서 여야 사이에 공방이 벌어진 끝에 정회가 선포됐다.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도 야당 의원들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한 KT·신세계·SK하이닉스·신세계 이마트 최고 책임자 등 기업인들을 추가 증인으로 요구하면서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는 등 충돌이 격화해 수 시간 동안 국감이 중지됐다.

이밖에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는 지난 15일 국감 증인으로 불출석한 김민배 TV조선 보도본부장에 대한 위원회 차원의 고발 등 후속 조치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면서 1시간 가량 국감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안전행정위원회의 서울지방경찰청 국감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김정석 서울경찰청장을 향해 황영철 새누리당 간사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신중하게 답변할 것을 주문하자 야당 의원들이 '증언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반발, 국감이 잠시 파행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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