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동 대모 박영숙 이사장 빈소 여성 조문객 줄이어
조문객들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
한명숙 의원 등 정계, 시민단체 인사들의 조문 잇따라
17일 박영숙 전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의 빈소가 차려진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환경운동가로, 정치가로 활동한 그의 삶을 증명이라도 하듯 여성 조문객들이 유달리 많았다.
오전 11시부터 조문객들을 맞이한 빈소는 오후 5시 40분 현재까지도 조문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조문객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조문객들은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여성운동계의 대모'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린 뒤 삼삼오오 모여앉아 그를 추억했다.
가족들과 함께 상주 역할을 맡은 남윤인순 민주당 의원은 "박 선생님은 굉장히 인간적으로 따뜻했던 분으로 일 년에 한 두 번씩 후배들을 집으로 불러다 밥을 지어주셨다"며 "후배들이 굉장히 존경한 선배였기 때문에 그 분이 부르시면 한 번에 30~40명이 몰려가곤 했다"고 전했다.
80년대부터 박 전 이사장과 인연을 맺어온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박 선생님은 이례적으로 여성 운동가이면서도 환경에 관심이 많아 나와 여성환경연대를 만들기도 했다"며 "여성운동이나 환경운동, 정치까지 선생님은 내 인생의 멘토였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안철수재단(現 동그라미재단)의 이사로 이사장직을 맡았던 고인과 함께 활동했던 윤정숙 전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는 "얼마 전 댁으로 찾아뵌 적이 있었는 데 그때 이사장님은 '나는 일을 할 때면 꼭 첫사랑을 만나는 기분이다'라고 말씀하셨다"며 "이사장님은 아프실 때도 자료를 보시면서 공부를 하실 정도로 모든 일에 정말 열정을 다하셨다"고 전했다.
박 전 이사장과 같은 평양 출신이자 여성운동가로서 활동한 한명숙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조문 이후, 오후에도 또 한차례 빈소를 찾아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미경, 원혜영, 이목희, 김현미, 유승희 민주당 의원과 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 노회찬 전 진보정의당 의원 등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장이정수·남미정·정규리 여성환경연대 으뜸지기(대표), 강희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이보은 전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남상민 UNESCAP(UN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 환경담당관,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지영선 환경운동연합 대표,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이미영 (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 대표, 권미혁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김인숙·박봉정숙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정문자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이철순 일하는여성아카데미 이사장, 오혜란 두런두런 상임이사 등이 조문을 위해 빈소를 찾았다.
암으로 투병하다 이날 새벽 향년 81세로 세상을 떠난 박 전 이사장은 평양에서 태어났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기독교여자청년회(YWCA)에서 여성 운동과 시민운동에 투신했다. 1999년에는 우리나라 시민 사회 최초의 공익재단인 한국여성재단을 만들었다.
호주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가족법 개정 추진에 앞장섰고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탁아법 제정 등을 이뤄냈다. 환경부의 위상을 높이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에도 큰 역할을 했다.
1987년에는 평민당에 입당, 정계에 입문해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말년에는 미래포럼, 여성평화외교포럼 이사장으로 활동했으며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설립한 '안철수재단(現 동그라미 재단)'의 이사장직을 맡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꿈을 멈추지 않았던 고인은 지난해 건강이 악화되면서 9개월 전부터 입원해 투병생활을 이어왔다.
k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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