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北에선 냉면 아닌 '불고기'가 뜬다…평양이 선도하는 트렌드
강계·평성·신의주에 연이어 '불고기 전문식당' 오픈…테라스 갖춘 수백석 규모
평양서 유행 만들고 전국으로 확산…향후 관광자원 활용 가능성도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에서 최근 가장 잘나가는 음식은 '냉면'이 아니라 '불고기'다. 북한은 당국 차원에서 평양에 이어 지방 주요 도시에도 수백 석 규모의 최신식 불고기 전문식당을 잇달아 건설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현대화된 식생활 문화를 과시하려는 것으로 12일 분석된다.
북한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 연속으로 가장 권위 있는 관영매체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불고기 전문식당' 개점 소식을 실었다. 새 전문식당은 자강도 강계시와 평안남도 평성시, 평안북도 신의주시에 문을 열었는데, 이 도시들은 모두 북한 당국이 관리에 신경 쓰는 경제 거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강계 불고기 전문식당'은 장자강 기슭에 들어섰다고 한다. 수백 석 규모의 홀인 '대중 불고기 봉사실'과 별도의 방으로 구성된 '가족 식사실', 테라스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야외 불고기 봉사장' 등을 갖췄다. 신문은 이곳에서 주민들이 "맛 좋고 영양가 높은 여러 가지 전통요리를 맛볼 수 있다"라고 선전했는데, 이는 이곳이 불고기뿐 아니라 여러 가지 요리를 파는 지역의 거점 식당으로 꾸려졌음을 시사한다.
평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평성시에도 연건축면적 2400여㎡ 규모의 대규모 불고기 전문식당이 준공됐다. 이곳 역시 각종 불고기와 냉면, 청량음료를 제공하는 실내 봉사실과 야외 봉사장을 갖췄다고 한다. 신문은 이 식당이 "인민들의 식생활 향상과 음식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게 될 시설"이라고 소개했다.
북중 교역의 관문으로 경제력을 갖춘 신의주에서도 수백 석 규모의 불고기 전문식당이 문을 열었다. 노동신문은 이 식당이 "국경 관문 도시의 명당자리에 특색 있게 건설됐다"면서 당국 차원에서 큰 역량을 투입했음을 시사했다.
최고지도자가 나서 모든 인민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는 것이 염원이라고 밝히는 북한에서 불고기 식당이 당국 차원에서 건설된 것은 이채로운 모습이다.
북한은 5년 전부터 중앙당 차원에서 전 인민의 식생활 개선사업을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불고기 식당의 등장은 북한 주민들이 당국의 사업 성과를 체감하는 곳이자,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019년 3월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인민들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도록 하는 것이 선대 지도자들의 염원이었다고 밝혔고, 이후 2021년부터 노동당 차원의 결정으로 알곡 생산 구조를 '쌀과 옥수수' 중심에서 '쌀과 밀'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식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김 총비서는 2022년 10월 만경대혁명학원을 방문했을 때도 원아들에게 "고기와 알(계란), 물고기와 남새(채소), 다시마와 젓갈, 기초식품 등을 정상적으로 충분히 보장하라"라고 주문하는 등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식생활 개선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불고기 전문식당'의 원형은 평양에서 먼저 등장했다. 북한은 지난해 평양의 신도시인 화성지구에 '화성락원 불고기 식당'을 건설했다. 당시 북한 매체는 이곳에서 바비큐와 삼겹살, 불고기를 비롯해 거위간 요리까지 200여 가지 음식을 제공한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평양에서 선보인 현대적 대형 외식시설이 1년여 만에 강계·평성·신의주 등 지방 핵심 도시로 확산한 것인데, 평양에 '모범 기준'을 세우고 이를 전국에 모델로 적용하는 북한의 도시 개발 방식이 외식업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세 식당 모두 단순한 식사 공간을 넘어 가족 단위 공간이나 야외 봉사구역, 현대식 설비와 조경 등을 강조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인민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북한의 명물인 대동강맥주를 전문으로 파는 '대동강맥주집'을 비롯해 이러한 현대식 외식시설은 향후 북한이 외국인 관광을 확대할 경우 지역별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신의주는 중국과 맞닿은 대표적인 국경 도시이고, 평성 역시 평양과 인접한 비교적 규모가 큰 도시라는 점에서 관광지 개발 수요가 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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