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바꾼 北 '부자 기준'…오토바이·피아노 대신 '에어컨'

한반도 덮친 기록적 폭염 속 에어컨 수요 급증…새로운 부의 상징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의 현대식 주택인 '경루동 살림집'.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최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자가용과 냉풍기(에어컨)가 새로운 '부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반도를 덮친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더위를 피하기 위한 에어컨이 북한 부유층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과거에는 오토바이와 피아노 등이 경제적 여유를 보여주는 물품으로 여겨졌다면, 최근에는 자가용과 더불어 에어컨 보유 여부가 부의 새로운 척도로 자리 잡았다는 전언이다.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주민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물품으로 자가용과 '냉풍기'를 꼽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남녀를 막론하고 제일 가지고 싶어 하는 물품 1위로 자가용이 꼽힌다"며 "두 번째로 가지고 싶은 물품은 냉풍기"라고 전했다.

특히 올해엔 북한에서도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면서 에어컨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올여름 일하다 더위 때문에 졸도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을 정도로 상당히 더웠다"며 "지독한 무더위에 냉풍기를 새로 설치한 집이 많다"라고 말했다.

북중 접경인 신의주에서는 과거엔 에어컨을 설치한 가정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아파트 베란다에 실외기가 설치된 집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보급이 늘어났다고 한다. 특히 해외에 파견됐다 돌아온 외화벌이 노동자들이 에어컨 보급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서 에어컨 한 대 가격은 약 500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일반 주민들이 부담하긴 어려운 가격이지만, 자가용보다는 구매 문턱이 낮다고 한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500달러가 결코 작은 돈은 아니지만, 꼭 손전화기(휴대전화)가 처음 나왔을 때처럼 너도나도 어떻게든 돈을 모아 냉풍기를 사려한다"라고 전했다.

에어컨 보유가 단순히 고가의 가전제품을 갖고 있다는 것 이상의 경제력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만성적인 전력난을 겪는 북한에서 에어컨을 안정적으로 사용하려면 경제력뿐 아니라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