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앱 사용주의"…'평양마라톤' 가이드라인 더 꼼꼼해졌다

북한 전문 여행사, 내년 4월 평양마라톤 앞두고 '금지사항' 공지
"참가자들, GPS 추적 기능 있는 앱 사용 안 돼"

고려투어스 홈페이지에 게재된 '평양국제마라톤 2026' 홍보 사진.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북한 전문 여행사가 내년 4월 '평양국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외국인 마라토너들이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여러 제한 조치들 중 구글이나 애플의 특정 애플리케이션(앱)의 사용을 금지하는 등 검열 기준이 예년보다 한층 강화돼 눈길을 끈다.

12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스'는 자사 홈페이지에 '평양마라톤 2026에 대한 질의응답'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여행사는 외국인들이 자신의 휴대전화나 소형 카메라, 고프로 등의 장비로 달리면서 촬영할 수는 있다면서도 촬영 시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북한의 경찰과 군인, 정부 건물에 대한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은 금지된다. 또한, 구글 피트니스(Google Fitness)·애플 피트니스+(Apple Fitness+)·스트라바(Strava)·런키퍼(Runkeeper) 등 GPS 추적 기능이 들어간 러닝 앱 사용도 허용되지 않는다. 북한이 외부에서 개입이 가능한 기기의 반입을 불허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여행사는 자사의 직원이 실제 지난 3월 나선 지역 관광 때 스트라바 앱을 썼다가 북한 당국의 제지를 받은 사례가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여행사에 따르면 기자나 전문 사진작가의 경우 북한 측의 사전 승인 없는 관광 비자로 북한에 입국할 수 없으며, 만약 허가 없이 언론 활동을 할 경우 이는 북한에서 불법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번 마라톤 개최와는 별개로 외국인 대상 일반관광은 여전히 잠정 중단된 상태라고 여행사는 설명했다. 이번 대회 참가자들은 북한의 여행사를 통해 처리된 '표준관광비자'가 아닌 체육 당국에서 특별 발급된 '마라톤대표단비자'로 입국하게 된다.

여행사는 "모든 외국 선수들은 개인 자격이 아닌 단체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될 것"이라며 "고려투어스가 참가자 전원의 등록 절차를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참가자들에 대한 관리 체계 일원화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고려투어스는 평양마라톤위원회의 공식 파트너사이기 때문에 이러한 주의사항들은 사실상 북한 당국의 지침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이처럼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 것은 외화벌이를 위해 관광사업을 지속하면서도, 여전히 북한의 민감한 정보나 열악한 실상이 외부로 공개되거나, 외부 정보가 유입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북한은 무려 10년간 공들여 만든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지난 7월 야심차게 개장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연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을 잠정적으로 불허하겠다고 밝혔는데, 여러 이유들 중 하나로 북한 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이 당국의 통제 없이 여행객들의 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지난 1981년부터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을 기념해 국제마라톤대회를 개최해 왔다. 2014년부터는 외국인들의 참여도 가능해져 북한의 대표적인 관광상품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평양마라톤대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지난 2020년부터 북한 국경이 전면 봉쇄되며 중단됐다가 올해부터 재개됐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