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손짓엔 '핵보유국' 못박고 또 미사일…北이 쌓는 협상 전 몸값
비핵화엔 연일 선 긋고 미사일·포병·드론 동원해 무력 과시
ICBM·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은 자제…북미대화 '협상선 높이기'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미국에서 북미대화 재개를 향한 메시지가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잇달아 발사했다. 최근 '핵보유국 지위'를 거듭 강조한 데 이어 미사일과 포병, 무인기(드론) 등을 동원한 무력시위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 등 정세를 급격히 악화시킬 고강도 전략도발은 피했다.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은 채 긴장을 관리하면서, 핵보유를 전제로 향후 협상선을 최대한 높게 설정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21일 나온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오후 3시쯤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1발을 발사한 데 이어 약 3시간 뒤인 오후 5시 50분쯤 같은 지역에서 SRBM 1발을 추가로 발사했다. 지난 12일 원산 일대에서 SRBM 여러 발을 쏜 지 8일 만으로, 이날 두 차례 발사는 올해 들어 14·15번째 탄도미사일 발사다.
북한의 최근 대외 메시지를 종합하면 북한은 비핵화 문제에서는 일절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 17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데 대해 "우리 국가의 핵보유국 지위는 그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IAEA 총회는 이튿날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내용의 결의를 채택하고 북한에 모든 핵 관련 활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김 부장은 같은 날 미 주도 다국적 훈련을 비난한 별도 담화에서 "비례성을 띠거나 또는 그를 능가하는 공세성을 띤 반응 행동"을 거론하면서 미국의 군사행동에 맞춰 대응 수위를 높일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핵전쟁 억제력 고도화에서도 "변침은 추호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 같은 강경 메시지와 함께 군사적 압박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지난 12일 발사를 장거리 포병 및 미사일 부대의 '연합화력타격훈련'이라고 공개하면서 공격형 무인기와 전술순항미사일, 대구경 방사포, 전술탄도미사일 등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역시 최근 잇달아 군수공장을 찾아 무기체계 현대화와 포병 전력 강화를 주문하며, 핵·미사일뿐 아니라 포병과 무인기 등 재래식 전력까지 전반적인 군사력 강화 기조를 부각했다.
그러나 북한의 최근 행보에서는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리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전시키지는 않는 모습도 감지된다.
지난 12일에 이어 전날(20일)까지 최근 무력시위는 단거리 전력과 재래식 무기체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ICBM 발사나 7차 핵실험처럼 미국을 직접 자극하고 정세를 단숨에 얼어붙게 할 전략도발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대미 메시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읽힌다. 북한은 미국의 군사훈련과 비핵화 요구에는 거친 표현을 동원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비난은 삼가고 있다. 미국의 대화 제안 자체를 명시적으로 거부하는 메시지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북한이 당장은 미국의 대화 제안에 호응하기보다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향후 협상의 출발점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과거 북미 협상이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진행됐다면 앞으로는 핵보유 자체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먼저 못 박고, 핵 군축이나 군비통제 등 자신들이 원하는 형태의 대화로 미국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깔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자신들의 핵 능력 고도화에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면서 대북 제재 해제와 군사훈련 중단 등을 향후 대화의 의제 또는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선경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 담당 부상이 제81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하는 만큼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내놓을 대미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부상이 핵보유국 지위를 재차 강조하면서도 북미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메시지를 발신할 경우 북한의 이 같은 '압박과 수위 조절' 기조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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