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 美도 뉴욕으로…비핵화 선 그은 北의 유엔 메시지 주목
김선경 28일 유엔총회 연설…구테흐스 면담·우방국 연쇄 접촉
한미는 북미대화 재개 '물밑 조율'…北은 "핵보유 지위 절대적"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김선경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 담당 부상이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단에 선다. 미국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고 있다. 북한은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으면서도 비핵화 요구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은 만큼 이번 유엔총회를 통해 미국을 향해 어떤 대화 조건과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20일 외교가에 따르면 김 부상은 오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하는 제81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한다. 김 부상은 고위급 회의 마지막 날인 28일 오전 일반토의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김 부상은 지난해에도 북한 대표로 일반토의 연단에 올라 "우리는 핵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며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평양에서 파견된 고위급 당국자가 유엔총회 일반토의에 나선 것은 2018년 리용호 당시 외무상 이후 7년 만이었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는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가 연설을 맡았다.
김 부상은 이번 뉴욕 체류 중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쿠바·베네수엘라 등 우방국 인사들과 회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 측과의 회담도 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유엔총회 참석 자체는 다자외교 일정이다. 다만 미국 땅에서 북한 고위급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대외 메시지를 내놓는 만큼, 향후 북미 관계의 방향과 북한이 원하는 협상 조건을 가늠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최근 한미에서는 북미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북미 대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사전 조정 역할을 나름대로 계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9·19 평양공동선언 및 남북군사합의 8주년 기념식에 보낸 축사에서는 "북미 대화의 문을 다시 두드리는 손길이 있다"라고 밝혔다.
미국을 방문한 조현 외교부 장관도 같은 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열어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현안을 협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양측은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북미 대화 재개를 포함한 대북정책에서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미 국무부는 양측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러나 대화 여부와 별개로 비핵화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분명히 하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 17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나온 비핵화 요구를 '잡음'으로 규정하며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되돌릴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자 물리적·법적으로 영구 고착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19일 IAEA 총회가 북한의 핵무기와 기존 핵 프로그램 폐기를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하자, 김 총무부장과 북한 외무성은 19일 자신들이 핵확산금지조약(NPT) 밖에 있는 만큼 IAEA에는 북한의 핵 활동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반발했다.
그렇다고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자체까지 완전히 닫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김 총무부장은 지난달 19일 북미 정상 간 최근 소통설을 부인하고 한미 연합연습 축소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서도 김 총비서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여전히 훌륭하다"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김 부장이 직접 나서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한 것을 두고 향후 북미 접촉에 앞서 협상의 출발점을 '비핵화'가 아닌 핵보유를 전제로 한 관계 개선이나 군축 문제로 옮기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김 총비서도 지난해 9월 미국이 '비핵화 집착'을 버리고 현실에 기초한 평화공존을 추구한다면 미국과 마주 앉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밝혔다. 핵 포기는 거부하지만, 미국이 협상 목표를 바꾼다면 대화할 수 있다는 조건을 이미 제시한 셈이다.
김 부상의 뉴욕 체류 중 북미 간 직·간접 접촉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현재까지 공식적인 북미 회동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방미가 다자외교와 우방국 회동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당장 고위급 접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김 부상의 28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거나 정상 간 개인적 관계를 강조함으로써 미국과의 대화에 여지를 남길지, '평화공존'과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를 대화 조건으로 다시 제시하는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
김 부상이 '비핵화 협상은 불가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나 대화 자체까지 차단하지 않는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향후 북미 접촉을 염두에 둔 일종의 의제 설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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