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쫓기는 트럼프, 사흘째 침묵한 북한…'협상 몸값' 높이나
北 추가 메시지 없어…미사일 발사도 관영매체 미보도
외교성과 급한 美·중러 업고 느긋해진 北…훈련·제재·비핵화 수싸움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만나겠다고 공언하며 대화 재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의 담화와 미사일 발사 이후 23일까지 사흘째 추가 공개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중국·러시아와의 밀착으로 버틸 공간을 넓힌 북한은 미국의 다음 조치를 지켜보며 '몸값'을 끌어올리려는 모습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를 종합하면 북한은 지난 20일 저녁 김여정 부장의 담화 이후 미국을 향한 추가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은 같은 날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했지만, 이 사실도 관영매체에 별도로 보도하지 않았다. 미사일로 군사적 경고를 보내면서도 이를 대내외 선전이나 추가 대미 비난으로 확장하지 않는 등 수위를 조절하는 양상이다.
북한은 같은 날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 10여 발을 발사했지만, 이 사실도 관영매체에 별도로 보도하지 않았다. 미사일로 군사적 경고를 보내면서도 이를 대내외 선전이나 추가 대미 비난으로 확장하지 않는 등 수위를 조절하는 양상이다.
앞서 김여정 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대폭 축소된 데 대해 미국의 '선의의 제스처'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훈련 규모가 줄어든 것만으로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논리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총비서의 개인적 관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훌륭하다"라고 평가해 정상 간 대화 가능성 자체는 차단하지 않았다. 대화의 판은 깨지 않은 채 미국이 먼저 더 큰 정책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압박하는 태도로 읽힌다.
김 총비서로서는 2018~2019년 첫 북미 정상외교 당시보다 협상을 서두를 이유가 줄었다.
당시 북한은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와 외교적 고립 속에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한 제재 완화가 절실했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과의 교역으로 경제적 숨통을 틔우고, 러시아에는 병력과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군사·경제 협력을 확대하며 외부 압력을 견딜 공간을 넓혔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북한 경제가 중러 교역 확대 등에 힘입어 2025년 3.5% 성장한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이 북한의 제재 부담을 완전히 없애주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과의 협상이 늦어지거나 결렬되더라도 버틸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하는 셈이다.
이 같은 여건은 북한이 먼저 양보해야 할 필요성을 낮추는 동시에 협상 진입의 문턱을 높일 수 있게 한다. 미국이 제시한 연합연습 축소만으로 움직이기보다는 대북 적대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며 추가 조치를 기다리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도 핵보유국과 같은 법적 지위를 얻는 것이라기보다, 미국이 비핵화를 관계 개선의 선결조건에서 내려놓게 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을 비핵화의 대상이 아닌 핵군축과 위험관리의 협상 상대로 대우하도록 해 핵보유 현실을 사실상 수용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11월 중간선거라는 '정치적 시한'이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총비서와 올해 안에 만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데 이어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도록 지시했다. 훈련이 북한에 '적대적'이라는 이유를 들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직접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국내 정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6개월 가까이 이어진 이란전이 교착 상태에 빠진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문제에서도 뚜렷한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분쟁 장기화가 유가와 물가 부담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3%로 2기 취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공화당 역시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중 한 곳 또는 양쪽 모두의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중간선거 전 유권자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외교적 돌파구가 필요한 셈이다. 북미 정상회담은 교착된 다른 외교 현안과 비교해 정상 간 만남이라는 가시적인 장면을 비교적 단기간에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내줄 수 있는 양보의 폭에도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상원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훈련을 축소해 한미동맹을 약화했다고 비판했고, 공화당 소속 리치 매코믹 하원의원도 우려를 나타냈다. 미 행정부 역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공식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 가시적인 성과를 원하고,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새로운 협상 구도를 요구하고 있다. 양측이 대화의 문을 닫지 않은 채 상대가 먼저 문턱을 낮추기를 기다리는 탐색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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