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에서 본 북한의 민생경제[정창현의 북한읽기]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

편집자주 ...북한 정치·군사·사회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등 북한 수뇌부에 대한 '리더십 해석'을 통해 반 발짝 앞서 북한의 변화를 읽어낸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은 서울대 대학원(국사학과)을 마치고 중앙일보 현대사연구소 전문기자를 거쳐 국민대·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국가기록원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위화도 상단리에 들어선 아파트와 온실농장의 모습.(필자 제공)

지난 2일 오전 중국의 단둥 신도시에 있는 신압록강대교부터 북한의 위화도 상단리가 건너다보이는 압록강 부교(浮橋)까지 약 20㎞를 둘러봤다. 압록강 너머로 보이는 신의주시는 외관상 지난 몇 년간 확실히 변모했고,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일부에서는 위화도에 건설된 고층아파트들에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주민들이 살지 않는 선전물이라고 했다. 실제로 새로 건설된 고층아파트에 입주가 완료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낮에도 전등을 켠 집이 보이고 아이를 업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도 확인된다. 물론 단둥시 사람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나온다.

그래도 신의주시 주민들의 체감경제는 좋아졌다고 한다. 단둥시에는 신의주시에 친척을 둔 조선족들이 많다. 신의주에서 국제학교에 다닌 후 지금은 단둥시의 대형 음식점에서 일하는 여성봉사원은 "신의주에 사는 친구들이 먹고사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며 "최근 북중 교류가 늘면서 살림살이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의주 중심부의 건물이나 아파트들에 설치된 에어컨이 많이 늘어난 것을 볼 수 있었다.

신의주를 찾은 북한 관광객들이 압록강에서 유람선과 보트를 타는 모습 (필자 제공)

최근 평양을 다녀온 단둥의 무역업자들도 이구동성으로 평양이 많이 변했다고 전했다.

"평양에서 물자 부족을 느끼지는 못했다. 전기 상황도 평양 중심부와 새로 건설된 화성지구는 큰 문제가 없었다. 평양시 도로에 교통 체증이 발생해 2부제를 실시하기도 한다. 자가용이 1만대 이상 보급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북한의 시장환율이 폭등했다. 코로나19 사태 직후 1달러에 8000원 정도였던 환율이 6만 5000원까지 치솟았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북한 경제가 위기에 봉착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단둥에서 만난 사람들의 시각은 달랐다. 한 조선족 무역업자는 "한국도 달러가 많이 오르고 있는 것처럼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 추세가 기본적으로 북한 경제에도 반영되고 있다"며 북중무역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환율이 오르면서 수입 원자재에 의존하는 상품이나 수입물자의 가격도 크게 올랐다. 그래도 외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환율 상승이 민생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 무역업자는 "물가가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외화를 기준으로 환산해 보면 큰 폭의 변동은 없다"라며 "평양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외화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도 생활이 어려워지지는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무역업자는 이어 "북측의 무역업자들과 이야기해 보면 대도시의 경우 월 1000달러 정도면 휴대전화도 사고, 가끔 외식도 하면서 그럭저럭 살 수 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그래도 쌀값을 비롯해 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는데, 서민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곡물가격의 경우 2023년에 비해 현재 3배 정도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10~20배 인상됐지만 시장가격으로 치면 2~3일 분의 쌀을 살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다.

단둥의 한 무역업자는 "북한 주민의 거의 절반이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는 보도를 봤다. 곡물가격과 임금을 단순히 계산하면 그런 분석이 가능하다"며 "그런데 자본주의 노동자와 달리 북한 주민은 중국처럼 임금만으로 생활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정무원(공무원), 군인, 군수업체 등은 국가가 기본생필품을 현물로 배급(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공장과 기업소들도 자체적으로 노동자들에게 공급한다"며 "기본적으로 북한의 직장인은 시장에서 쌀을 사서 먹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구석도 있었다. 필자의 표정을 본 그가 "전반적인 경제 추이를 봐야 한다"며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절대적으로 곡물이나 물자가 부족해 정부나 기업소가 규정대로 공급하지 못했을 때는 굉장해 어려웠지만 이제 확실히 그런 단계는 벗어났다. 몇 년째 경제가 성장하고 있고, 곡물 생산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 정상 가동되지 않는 공장이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농장들의 경우 여전히 생활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나 구매력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농촌사회는 여러 가지 면에서 낙후했다. 북한도 이를 의식한 듯 2024년부터 '지방발전 20×10 정책'을 국가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매년 20개 시·군에 앞으로 10년간 현대적인 지방공장을 짓겠다는 것이 첫 구상이었으나, 이후 지역 거점 병원과 종합봉사소 건설로 정책 목표가 확대됐다. 특히 북한은 종합봉사소 건물에 종합상점을 마련하고, 이와 별도로 지역별로 양곡관리소와 식량공급(판매)소를 건설해 지역시장으로 빠져나가는 곡물과 상품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일부 지역시장이 폐쇄되고, 시장에 유통되는 곡물의 양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위화도 하단리에 새로 건설된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의 모습. (필자 제공)

무역업자는 "최근에 북한의 시장을 다녀온 무역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장에서 곡물을 파는 매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며 "당국이 국영상점을 통한 유통망을 확대하고, 식량공급소를 통한 식량판매로 곡물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강도 만포시를 다녀온 단둥의 한 무역업자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이 몇 년째 안정적으로 추진되면서 북한의 농촌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농촌의 주택들은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게 대부분이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으니 개량사업을 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일부 사용료만 받고 새 주택을 건설해 보급하니 농민들의 만족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농민들의 현금수입도 늘었다고 한다. 쌀값이 폭등하고 있으니 쌀을 현물로 가지고 있는 농민들의 수입이 늘어나는 현상은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정부가 터무니없이 싼 국정가격으로 쌀을 수매하는 일은 옛날이야기다. 농장관리위원회 차원에서 농민들의 여유분 곡물을 모아 기업이나 시장에 시장가격으로 판매해 현금 수입을 높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개성시 개풍구역의지방공업공장에서 생산된 간장을 살펴보는 북한 주민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단둥 사람들이 들려주는 북한 사람들의 생활경제 이야기를 듣다 보면 국내외의 북한 경제 분석과는 큰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단둥에서 만난 사람들은 전혀 다른 시각으로 북한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 경제를 자본주의적 시각이 아니라 사회주의적 시각에서 들여다봐야 실제 생활경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조중(북중) 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조약 체결 65주년을 맞아 방북한 왕후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위원회 주석을 접견한 자리에서 "사회주의를 핵으로 하는 전통적인 친선협조관계를 시대적 요구와 두 나라 인민의 지향에 맞게 여러 분야에 걸쳐 보다 활력 있게 발전시키는 것은 확고부동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이 '사회주의를 핵으로 하는 협조관계'라는 발언이다.

우리는 북한이 체제의 구조적 개혁 없이 재정 투입만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북한은 러시아와의 밀착, 북중 무역의 확대 등 대외 여건의 호전 속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사회주의 경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압록강 강변을 함께 걸으면서 단둥의 한 무역업자가 해 준 말이 떠오른다.

그는 "한국의 경제전문가들이 무역통계나 경제지표 등을 근거로 북한 경제를 분석하는 것도 전혀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실제 북한 사람들의 생활을 알려면 사회주의 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우선 알아야 한다"라며 "개인적으로 북한 경제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경제의 규모와 수준으로 볼 때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 등 과거 사회주의 경험이 있거나 지금도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와의 경제 협력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경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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