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북한 선수단의 방한과 '남북 공동응원단'이 남긴 씁쓸함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에서 맞붙은 수원FC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에서 맞붙은 수원FC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지난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 등장한 '남북 공동응원단'은 12년 만에 한국을 찾은 북한 여자축구 선수들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남한의 수원FC위민과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을 모두 응원한다는 취지에 맞게 응원단 관계자들은 한손에는 '내고향'팀 응원 깃발을, 다른 한손에는 '수원FC'팀 응원 깃발을 들고 있었다. 구호 역시 양 팀의 이름을 번갈아 가며 외쳤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들이 경기 내내 수원팀보다는 내고향팀을 더 크게 연호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박길영 수원FC위민 감독은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경기 중 반대편 관중석(공동응원단)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사실 많이 속상했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깃발을 한손에 하나씩 들며 애써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 공동응원단이지만, 그럼에도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얻진 못한 듯하다.

2018년 평창올림픽 때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과정에서 남북의 균형을 맞춘 선수단 구성을 위해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배제됐다는 '역차별' 논란으로 우리는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두 사안은 스포츠와 정치를 필요 이상으로 연결하고 싶다는 바람과, 스포츠는 스포츠일뿐 정치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의 충돌로 보인다.

공동응원단의 단장을 맡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지난 18일 '수원FC위민-내고향여자축구단 공동응원'을 둘러싼 오해와 논란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스포츠를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하려면, 역설적으로 정치적 관계가 먼저 나아져야 한다"라며 이번 남북의 축구 대결에 따라 불거진 각종 논란이 결코 정치적 상황과 무관한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박길영 감독이나, 수원FC위민의 팬들은 수원팀의 홈경기에서 상대팀을 응원하는 대규모 공동응원단이 정부의 지원까지 받으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수원팀의 주장 지소연이 페널티킥을 실축했을 때 일부 관중석에서 나온 환호성은 사실 수원 선수단과 팬에게는 어떤 설명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일 것이다.

한편으론 공동응원단의 상당수는 실향민 2세와 탈북민(북향민), 북한과 한반도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와 학생들, 오래전부터 통일 운동을 하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었다. 이들은 경기의 승패보다는 장기간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이뤄진 '작은 접촉' 자체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복도에서 마주친 어떤 독일인 관람객은 "과거 분단 상태였던 동독과 서독이 문화적 교류를 통해 결국 통일에 다다른 역사가 떠올랐다"며 "남한과 북한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의 마음도 반드시 정치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스포츠가 정치의 도구가 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스포츠는 현재의 답답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해 줄 마지막 희망이 될 수도 있다. 답을 내지 못하는 남북관계의 한 장면이 이렇게 또 지나간다.

뒷맛이 씁쓸한 경기가 끝나고 나니 북한 선수단의 생각도 궁금해졌다. 그들은 '적대국'의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 속에서 나온 자신들을 향한 응원을 어떻게 느꼈을까. 또 앞으로 이 경기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리유일 내고향팀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이곳 주민들이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에둘러 '축구에 대한 관심'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자신들을 향한 관심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치는 단절됐지만, 경험은 남북 모두에게 남았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