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 다른 조명받는 北 여자축구…승패 보도할까?
'성과 내면 보상' 기조 부각…주민 결속과 체제 자신감 강조
AFC U-20 한국팀 이긴 결과 최근 보도…선별 공개 가능성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남북관계 경색 국면 속에서도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에 참가를 결정했다. 북한이 이번 대회 성과에 따라 그 결과를 선별적으로 주민들에게 알릴 가능성이 17일 제기된다.
북한은 최근 수년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높은 성적을 거두며 여자축구 강국 이미지를 부각해왔다. 특히 지난해 북한 U-20 여자대표팀이 FIFA U-20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했을 당시 북한 관영매체들은 선수단 귀국 행사와 환영 분위기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당시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평양국제축구학교 출신이라는 점을 집중 조명하며 교원·학생들의 반응까지 상세히 전했다. 북한은 여자축구를 단순 스포츠가 아닌 국가 성과와 체제 우월성을 상징하는 분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역시 국제대회 성과를 거둔 선수들을 여러 차례 특별 대우해왔다. 북한 매체들은 우승 직후 선수단 기념촬영과 축하연, 시민 환영 행사 등을 보도하며 지도자의 관심을 부각했다. 체육 성과를 통해 주민 결속과 체제 자신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U-20 여자월드컵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본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대회로 평가되는데도 북한이 우승 선수단을 대대적으로 치하한 것은 '성과를 내면 보상을 한다'라는 메시지를 체제 전반에 보여주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이번 AWCL 참가 명단에 평양국제축구학교 교장인 현철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점도 주목된다. 북한이 핵심 축구 엘리트 교육기관 관계자를 국제대회에 동행시키는 것은 여자축구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은 과거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한국과의 경기 결과를 선별적으로 보도해왔다. 남북 경쟁 구도를 체제 선전 차원에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주민들에게도 노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신문은 2023년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에서 북한이 한국을 4-1로 꺾은 사실을 보도했다. 당시 북한은 한국 대표팀을 기존의 '남조선팀' 대신 '괴뢰팀'이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패배한 경기의 경우 보도 수위가 크게 낮아지거나 상대를 거의 언급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 같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은 한국에 패한 탁구 여자복식 결승 결과를 전하면서도 한국팀 이름은 거의 거론하지 않고 자국 선수 위주로만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파리올림픽에 참가한 대표단과 관련한 별도의 기념행사를 열거나 포상을 하지 않았다. 북한 올림픽 대표단이 금메달을 따지 못하는 등 저조한 성적을 거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은 AFC-U20 여자축구대회 준결승에서 한국을 꺾은 결과를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16일 "우리 나라 팀과 한국팀 사이의 준결승 경기가 15일(현지시간) 타이(태국)에서 진행됐다"며 "우리 선수들은 시작부터 드센 공격을 들이대며 상대팀을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결국 우리 나라 팀은 한국팀을 3:0으로 이기고 결승경기에 진출하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북한이 남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며 대남 기조를 강경하게 유지해 오고 있는 만큼, 이번처럼 한국에서 열린 경기 자체를 공개적으로 부각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북한 선수단이 남측 경기장을 이용하거나 한국 관중의 응원을 받는 모습, 남측 지역에서 이동·체류하는 장면 등이 공개될 경우 북한 당국이 강조해온 '적대적 관계' 프레임과 충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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