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에서 사라진 김여정…"입지 약화 아닌 '영향력 확대' 방증"
김정은 수행 빈도 줄고 '끝·뒤'에서 조용한 수행
당 안살림 챙기면서 간부들 상대 영향력 커진 듯…'대외 담화'도 여전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올해 들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서 김여정 총무부장의 얼굴을 찾기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김 부장의 얼굴은 그가 김정은 총비서를 수행할 때나 가능한데 올해 그 빈도 자체가 줄었을 뿐 아니라, 공개활동에 함께 나서더라도 일행의 가장 뒤에서 '조용한 수행'에 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다만 이것이 김 부장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한 데 따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최고지도자로부터 '더 큰 권한'을 받은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28일 눈길을 끈다.
지난 2월 27일 김정은 당 총비서가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주요 지도간부·군사지휘관들에게 특별 선물로 준비한 신형 소총을 수여했을 때 보도된 노동신문의 사진을 보면, 김 부장은 가장 왼쪽 구석에 배치되는 등 '백두혈통'의 권위를 느낄 수 없는 모습으로 연출됐다.
3월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3월 8일 국제부녀절 기념 전국 도 대항 승마경기 사진에서 김 부장은 오른쪽 끝자리에 서 있었고, 얼굴 식별마저 쉽지 않았다.
같은 달 14일 식수절을 맞아 새별거리 못가공원에서 나무심기 행사에 참석했을 때도, 김 총비서와 그의 딸 주애를 비롯한 주요 간부들이 사진 중앙에 배치된 반면, 김 부장은 오른쪽 끝에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튿날인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대의원 선거 당일, 김 총비서가 순천지구청년탄광연합기업소 천성청년탄광 선거장을 방문해 투표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에서도 김 부장은 거의 존재감 없이 사진 한쪽 구석에 아주 작게 포착됐다.
김 부장은 과거엔 김 총비서의 현지지도와 주요 행사 때마다 최측근 수행원으로 언제나 눈에 띄는 위치에서 공개활동에 임했다. 여기에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혹은 제1부부장이라는 직함과 무관하게 북한의 대외 사안을 총괄하면서 김 총비서의 '스피커' 역할을 맡아 수시로 대남·대미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때 김 총비서의 유고 시 김 부장이 후계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까지 할 정도로 그의 정치적 입지는 탄탄했다.
일각에서는 북한 매체가 김 부장의 공개활동을 다루는 방식이 차기 북한의 유력 후계자로 거론되는 김 총비서의 딸 주애의 등장과 함께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후계 구도에는 김 총비서의 자녀 외엔 백두혈통이라도 다른 핏줄이 개입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부각하기 위해 김 부장에 대한 보도 방식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이러한 보도 방식 변화 자체가 선전선동부 출신인 김 부장의 머리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보도사진의 뒤 혹은 끝에서 자주 포착되는 것이 그의 정치적 입지가 낮아진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실제로는 김 부장의 위상은 더 높아지는 추세다.
그는 지난 2월에 열린 노동당 9차 대회를 계기로 당의 안살림을 챙기는 총무부장으로 승진했고, 승진 전후로도 활발하게 대남 담화 등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표출하는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 의지를 반박하는 담화를 내기도 했다. 김 부장이 일본 관련 담화를 내는 것은 흔치 않은 일로, 그의 업무가 오히려 확장됐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를 두고 한 대북 소식통은 "노동신문 사진에서 김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권력이 줄었다고 보면 안 된다"며 "대남, 대일, 대미 등 대외 메시지를 전담하는 것 자체가 김정은으로부터 확실한 신임을 확실히 받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정보 당국은 김 부장이 김 총비서의 공개활동을 수행하는 것과 별개로 '독자적 현지지도'에 나선 사례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는 북한 내부적으로는 김 부장의 위상이 단편적 근거로만 변화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수준임을 보여 준다.
김 부장이 앞으로 주애 혹은 다른 후계자에게로 체제가 세습되는 과정에서 가장 든든한 후견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과 가장 가까운 혈육이 당 총무부장이라는 당 운영의 실무 정점에 배치된 것은 그가 4대 세습의 '관리자', 즉 백두혈통의 유일영도를 지키는 역할을 하려는 중장기적인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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