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의회 교류'로 승전 기념…5월 김정은 방러 가능성 여전
'쿠르스크 해방' 1주년에 외교·국방장관 아닌 하원의장 방북
5월 러시아 '전승절'에 김정은 방러 여부 주목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과 러시아가 이른바 '쿠르스크 해방' 1주년(4월 27일)을 의회 교류로 기념하고 있다. 5월 초 러시아의 전승절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모스크바를 찾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가운데 외교와 국방 당국의 고위급 교류가 아닌 의회 간 교류가 이뤄진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러시아의 뱌체슬라프 볼로딘 국가회의(하원) 의장이 북한 최고인민회의와 국방성의 초청을 받아 공식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에 도착했다. 북한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의 조용원 상임위원장이 직접 영접에 나서면서 북러가 의회 교류를 진행하는 것이 선명해졌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해 4월 27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냈다며 이를 '쿠르스크 해방'으로 규정했다. 볼로딘 의장은 쿠르스크 해방 1주년을 맞아 열리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 기념관인 '전투위훈기념관'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을 찾았다.
앞서 러시아의 전승절(5월 9일·2차 대전 승전일)에 김 총비서가 러시아를 찾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관련 의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의 외교장관이 쿠르스크 해방 1주년을 계기로 방북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통상적으로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선 외교 당국 간 고위급 소통이 오가는 것이 관례기 때문이다.
볼로딘 의장은 지난 2016년부터 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State douma)를 이끌고 있는 고위급 인사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인사지만, 형식상 의회 간 교류에서 정상회담 관련 논의가 이뤄지진 않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러시아 전승절에 김 총비서가 러시아를 찾을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보기도 한다.
북한과 러시아의 고위급 교류는 지난 한 주 내내 이어졌다. 지난 20일엔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내무부 장관이 북한을 찾아 방두섭 사회안전상(북한의 경찰 격)을 만났다. 노동신문 등은 "두 나라 안전 및 내무 기관들이 법 집행 분야에서 이룩한 성과와 경험들을 호상(상호) 교환"했으며 "교류와 협력을 확대 발전시키기 위한 문제들이 심도있게 토의됐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은 올해 노동당 9차 대회와 최고인민회의 15기 출범을 계기로 '경찰'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간 군의 파생조직으로 기능했던 사회안전성의 일부 조직이 보통의 경찰 조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방 사회안전상과 콜로콜체프 장관은 작년 9월 모스크바에서 만났을 때 △수배자 추적 및 체포를 포함한 초국가적 조직범죄 대응 △극단주의 및 테러 위협 대응 △마약 밀매 및 인신매매 차단 등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는데, 북한의 경찰 조직 신설 결정 후 두 장관이 만났다는 점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경찰 제도를 본떠 자신들의 경찰을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콜로콜체프 장관에 이어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생태부 장관, 미하일 무라슈코 보건부 장관도 북한을 찾았다. 두 장관은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 열린 북러 '친선병원' 착공식에 참석했다. 북한이 '지방건설 20X10' 정책에 따라 전국 각지에 거점 병원을 세우고 있고, 준공에 6년이 걸린 평양의 새 종합병원도 북러 교류 활성화 이후인 지난해 11월 준공한 것을 봤을 때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물적 지원은 물론 각종 제도 및 시스템 운영 방식도 배우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김 총비서 집권 후 '실세 중 실세'로 장기간 최고위 권력을 누린 조용원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앉히고, 러시아와 의회 교류를 진행하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북한이 과거보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더 큰 권한을 주고 '국가 대 국가' 교류에 내세울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이 역시 러시아의 경험이 '참고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북러 간 동향을 보면 지난 2023년부터 고강도 밀착을 수년째 진행해 온 북한과 러시아가 또 다른 차원으로 밀착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최근 이뤄진 만남의 형식으로만 소통의 내용을 판단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내달 9일 러시아의 전승절에 김 총비서가 모스크바를 찾을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24년 방북 때 김 총비서를 모스크바로 초청했는데, 아직 김 총비서의 '답방'은 이뤄지지 않은 상항이다.
특히 5월 14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총비서의 방북이 이뤄지면 정치적으로 큰 함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한 북미 접촉 가능성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김 총비서가 미국과 티격태격하는 러시아를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북미 대화 거절'의 메시지를 낼 수 있고, 향후 북미 대화 국면에서 강력한 우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를 대비해) 김정은은 자신의 진지를 더 단단하게 구축하려 할 것이고, 이런 측면에서 러시아와 관계를 공고히 해놓을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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