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장기화에도 잠잠한 북한…북미 대화 가능성도 '솔솔'
이달 말 방중하는 트럼프, '북미 대화' 다시 띄울 가능성 커
이란 공습에 위협 느낀 김정은, '불가'하다던 핵 협상 나올 가능성은?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미국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의 추가 공격을 시사하고 이란은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그의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선출하는 등 대미 강경파를 새 지도부로 내세우며 중동 정세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
그런데 '반미 연대' 기조를 중심으로 이란과의 공감대를 나눠오던 북한은 공습 첫날 외무성을 통해 대미 비난 담화를 낸 것 외에는 전반적으로 전략적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필요 이상의 자극을 피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10일 나온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로서 북미 대화를 다시 밀어붙인다면, 미국의 연이은 군사작전을 지켜보며 압박을 느낀 북한도 더 이상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이란의 헌법기구인 전문가회의는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이란 이슬람공화국 제3대 최고지도자로 공식 선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오는 등 미국에 대해 매우 극단적인 입장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모즈타바의 권력 승계를 노골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이란이 차기 지도자로 모즈타바를 내세운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강한 저항 의지를 고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새 이란 지도부의 등장으로 혁명수비대의 영향력이 더욱 세진 만큼 중동 분쟁은 한층 격화 및 장기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달 28일 미국의 첫 이란 공습 이후 열흘이 넘은 현재까지 예상보다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한 차례 외무성 담화를 통해 공습을 비난한 이후로는 추가 반응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하메네이의 사망 사실 자체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같은 북한의 모습을 두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하메네이의 사망을 보고 미국을 자극하는 것을 피하고 있거나, 아예 오는 3월 말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북미 접촉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간 북한은 '비핵화는 없다'라며 이를 전제로 한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핵능력을 보유한 이란도 대대적으로 공격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하는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판단이 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미국이 사실상 핵을 가진 북한을 이란과 동일 선상에 두고 군사적 압박을 가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이란과 달리 이미 실전 배치된 핵무기 체계를 보유하고 있고, 방공망 운용 능력 역시 이란보다 훨씬 월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과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까지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할 경우 그 파장은 동북아 전체로 번질 위험성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신중해진' 북한을 상대로 평화적인 대화 메시지를 보낸다면, 그간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거나 대화의 문턱을 높여 왔던 김 총비서도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정부는 이때를 계기로 북미 접촉을 성사한다는 구상으로 외교를 진행 중이다.
중국 역시 중동에서의 전쟁 자체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도 미국에 대한 직접 비난은 자제하며 이달 말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차질 없이 추진하려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북한도 회담 상황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미국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대화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면서 "다만 정권 유지와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써 김정은에게 핵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을 것이기 때문에 핵을 포기하거나 버리는 협상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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