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권 들어온 北 헌법 개정…'영토조항' 등 남북 단절에 주목
"'내전 상태' 아닌 '적대국 간의 평시 긴장 상태'로 남북관계 전환 가능성"
공식서열 2위·내각 등 인선도 진행 예정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이 지난달 하순 제9차 노동당 대회를 마친 데 이어 오는 15일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의 대의원 선거를 치른다. 당 대회를 계기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9기가 출범한 데 이어 새로 구성될 제15기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각종 인선과 새 법령 제정 등 당 대회 결정의 후속 조치를 선결 과제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헌법 제90조에 따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대의원 선거를 2026년 3월 15일에 실시한다"라고 밝혔다.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상 최고주권기관으로, 헌법과 각종 법령을 다루는 입법권을 행사한다. 통상 당 대회 이후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헌법·법령 제정·개정을 통해 당의 결정을 법제화하고, 국무위원장을 선출하며·내각 인사를 단행한다. 아울러 당 대회에서 결정하고 내각이 이행할 정책의 예산 심의 등도 진행한다.
15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출 후 열리게 될 첫 회의에선 남북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법에 반영하는 조치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북한이 자의적인 영토 및 영해, 영공을 선언하며 국가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이미 지난 2023년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공식 선언했을 뿐 아니라, 북한이 남북 연결도로 및 철로를 끊고 군사분계선 인근에 철책과 방벽을 세우는 등 물리적 단절 조치까지 진행한 상황에서 이번 당 대회를 계기로 제도적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에 영토·영해·영공을 규정하는 조항을 만들라고 지시한 바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달 19일부터 일주일간 진행된 9차 노동당 대회에서 밝힌 대남 노선에서도 '단절 표현'을 극대화했다. 그는 남북관계의 "역사적 종지부를 찍는다"라거나 "가장 적대적인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정립하는 최종적인 중대 판단을 내렸다"는 등의 발언으로 '과거 남북관계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부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두 국가 선언의 이유를 "한국이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목표로 하는 북한의 국가 이익을 근본적으로 침해한다고 보는 관점 때문일 수 있다"라며 "'민족'이란 개념 때문에 핵무기 사용에 윤리적 모순과 제한이 발생해 적대국화를 통해 핵 사용을 대상화하고 억제력을 제고하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분단 및 통일의 역사를 전면적으로 수정한다는 내용의 법령이 제정될 가능성도 있다. 기존에는 '남반부 해방, 조국 통일을 위한 내전'이라고 규정했던 '조국해방전쟁'(6·25전쟁)을 '적대국가와 제국주의 세력으로부터 국가의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기 위한 전쟁' 등 '타국과의 전쟁'으로 재정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이는 정전협정 체제상 '내전의 휴전 상태'로 정의할 수 있는 현재를 '적대국가 간의 평시 긴장 상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라고 짚었다.
핵보유 및 핵무력 사용 원칙의 개정 여부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북한은 지난 2022년 핵무력정책법을 제정하고, 관련 내용을 헌법에도 반영한 바 있는데, 법 개정을 통해 자신들을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강화할 수도 있다.
첫 회의에선 아울러 새 공식 의전서열 2위에 오를 인사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부터 7년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아 왔던 최룡해는 지난 당 대회를 계기로 일선에서 퇴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밖에도 리병철, 박정천, 김영철 등 원로급 인물들도 '2선 후퇴'를 한 것으로 파악되며 내각의 장관급 인사들도 대거 교체된 것으로 분석돼 인적 쇄신이 예상된다.
폐지된 주석직을 되살려 김정은 총비서를 추대할지도 관심사다.
북한이 1972년에 개정한 헌법 89조는 공화국 주석을 '국가수반'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최근 북한 매체에서 김 총비서를 '국가수반'으로 호명하는 일이 포착되면서 주석직 부활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북한은 김일성 사후인 1998년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수정, 주석제를 폐지한 바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직후인 2011년 12월 정치국 회의에서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되고, 2012년 4월 당 대표자회에서 '노동당 제1비서',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되며 정권을 완전히 물려받았다. 이어 2016년 5월에는 노동당 위원장으로, 같은 해 6월에는 국무위원회를 신설하며 국무위원장에 올랐다. 2021년 당 8차 대회에선 당 위원회 치제를 비서국 체제로 전환하며 총비서로 추대됐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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