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현지지도 형식 '애민'에서 '현장심판'으로 선회"…공포가 동력

'심판자'로 위상 강화 중…"관료사회 실무 마비와 정보 왜곡 초래"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일 룡성기계연합기업소 1단계 개건 현대화 대상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 김 총비서는 현지지도에서 양승호 내각부총리를 해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현지지도 방식이 '애민과 격려'를 부각하는 형태에서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현장심판'을 강화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27일 제기됐다.

박은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이날 '김정은식 현지지도 패턴 변화와 정책적 함의' 보고서를 통해 "최근 김정은의 현지지도는 전통적인 애민·격려 프레임을 탈피해 통치 권력의 서열을 재확인하고, 정책 실패를 현장에서 즉각 응징하는 현장심판으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 총비서는 2024년 수해 복구 현장에서 '비상정치국회의 소집' 이후 간부를 경질했으며, 지난해 초 남포시·자강도의 비리 간부 사건을 '특대범죄 사건'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또 이달 룡성기계연합기업소 준공식에서 양승호 기계공업부문 내각부총리를 즉각 해임했다.

박 연구위원은 "과거 질타가 당 조직이나 사법기관을 통한 사후적 행정 조치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최고 지도자가 현장에서 즉시 인사권을 행사함으로써 현지지도를 단순한 격려의 장이 아닌 '즉결 심판의 장'으로 기능적으로 진화시키고 있다"면서 "이는 지도자가 현장을 시찰하는 수준을 넘어, 현장에서 직접 사법적·인사적 판단을 내리는 '심판자'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짚었다.

이러한 행보는 김 총비서 집권 초기의 인민 친화적 이미지와는 대조적이다. 체제 위기 국면에서 지도자가 시스템 뒤에 머무르지 않고 전면에 나서 직접 처벌권을 행사하는, 이른바 '공포 통치의 귀환'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박 연구위원은 김 총비서가 현지지도 과정에서 설비 제원과 공정 단계, 자재 수급의 비효율성 등을 구체적이고 전문적으로 지적하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지도자의 전략적 판단에는 문제가 없고, 이를 집행하는 관료들의 무능과 태만이 성과를 가로막았다는 논리를 정교화하는 것"이라며 "지도자가 실무를 꿰뚫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 현장 간부들에게 가해지는 가혹한 문책을 '정당한 징벌'로 수용하게 만드는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연출은 북한 관료사회 내부에 '언제든 나도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내면화해 통제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노동당 제9차 대회를 앞두고 지난 5년간의 성과를 결산해야 하는 상황에서 만성적인 제재와 자원 부족으로 '지방발전 20X10 정책'의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는 책임을 정책 자체의 결함보다 관료 계층의 '집행 태만'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지적이다.

박 연구위원은 '공포'를 동력으로 작동하는 현장 정치가 향후 △관료사회의 수동적 저항에 따른 행정 현장의 실무적 마비 △정보 왜곡 심화 △관료 체제를 정책 주체가 아닌 정치적 소모품으로 전락 △체제 결속력을 약화 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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