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찾아 대중 견제 강조한 美 콜비…한중 '대북 공조'에는 딜레마
주한미군 역할 '대북 억제'→'대중 견제'로 변화 공식화
중국, 대북정책 협력 요청에 난색 가능성도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전쟁부) 정책차관이 26일 방한해 한미동맹의 현대화 방안을 논의하며 '중국 견제'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콜비 차관이 미국의 새 국방전략(NDS) 발표 직후 한국을 찾아 이같은 발언을 이어간 것은, 앞으로 한미가 동맹으로서 대중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한중 모두에 노골적으로 던지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콜비 차관은 이날 오후 진행된 세종연구소 초청 연설에서 "우리는 중국의 지속적인 군사 현대화와 증강, 그리고 이 지역을 넘어 점차 확대되는 군사 활동에 대해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면서 "이것은 비난을 위한 비난이 아니라, 단순하고 명백한 관찰의 결과이며, 우리가 심각하게 다뤄야 할 물리적 사실임이 명백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해 "글로벌 성장의 중심지이자, 21세기 지정학의 중추"라며 "이 지역의 향방은 미국의 장기적 안보, 번영, 자유를 결정적으로 좌우하게 될 것이며 아시아의 안정은 어느 국가도 이 지역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세력 균형을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군사적 차원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미국의 '국운'에도 문제가 생긴다면서 한국 역시 '아시아의 안정'을 위해 협력할 것을 부각한 메시지로 볼 수 있다.
특히 콜비 차관은 미국의 대(對) 중국 봉쇄선인 제1도련선(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선)을 따라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강력한 '거부 방어선'을 구축할 것"이라고도 말했는데, 이는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유사시 주한미군을 투입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콜비 차관은 미국의 새 국방전략인 NDS를 설계한 인물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3일(현지시각) 공개된 '2026 국가방위전략(NDS)'에서 "한국이 북한 억제의 일차적 책임을 지고, 미국은 결정적이지만 제한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미 정부는 NDS를 통해 북핵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는 지금처럼 유지하되, 앞으로 북한군의 직접 도발이나 침공 등 재래식 위협에 대해서는 한국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주한미군의 대북 억제 역량을 줄이고, 이를 중국 견제에 투입한다는 방침이 공식화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는 현행 육군 중심의 체제에서 첨단 전력 중심의 공·해군의 병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육군보다 공·해군의 전력이 유사시 다른 지역으로 파견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현재 2만 8500명의 주한미군 중 1만 8000여 명이 육군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구조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군산·오산·평택 등의 주한미군 기지를 중국을 겨냥한 '전진 항공기지'로 변모시킬 가능성도 거론된다.
콜비 차관의 방한은 이같은 메시지를 부각하며 중국에게 '한국은 우리 편'이라는 시그널을 주고, 동시에 한국에게는 중국 쪽으로 가까이 가지 말 것을 '경고'하려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콜비 차관은 27일엔 중국과 대만 문제로 갈등하는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인태 지역에서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의 핵심 구성원이 한·미·일임을 부각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상징적인 외교 행보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변화가 중국의 협조와 지원이 필요한 정부의 대북 구상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올해부터 주변국들과의 연대를 통해 '한반도 평화 공존 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남북 대화를 견인하기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5일 진행된 한중 정상회담 직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확인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한중 정상은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창의적 방안을 지속해서 모색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하진 않으면서도, 아직 적극적인 가교 역할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인내가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북중관계는 물론 중국에 대한 견제의 수위를 높이는 한미 동맹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중국에게 주한미군의 전략 변화는 대만해협 문제와 얽힌 매우 예민한 문제"라면서 "중국은 이같은 변화에 대한 불편함을 내세우며 우리 정부의 대북 공조 요청에 쉽게 답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짚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자신을 '한반도 평화특사'에 임명해 중국에 파견해 줄 것을 이 대통령에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중국 측의 호응이 크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특사 파견을 수용하더라도, 대만 문제 등에 대한 정부의 '진전된' 입장을 요구하며 외교적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 교수는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추진이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한 노력 차원임을 중국 측에 설명하는 동시에, 어떤 형태로든 한국군이 지역의 현상 변경에 직접 연루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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