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년] 달라진 정세, 달라진 北…북미 대화 '구조적 교착'

트럼프, 김정은에 대화 손짓 했지만…北 무관심 돌리지 못해

편집자주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현지시간) 집권 2기 1년을 맞는다. 트럼프 2기는 미국의 이익 앞에선 동맹도 걷어차는 ‘일방적 거래’의 관점에서 글로벌 정치, 경제, 안보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총 9건의 기획 기사로 지난 1년동안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가 겪은 트럼프발 변화를 짚어보고 앞으로 예상되는 또다른 변화를 전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임기 때인 2018년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합의문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자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것 중 하나는 북미 대화의 재개 여부였다. 그는 선거 기간 때부터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고 부르며 북한이 원하는 '핵보유국 인정'에 가까운 발언을 내놓는 등,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를 썼다.

지난해 10월 경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그랬듯 김정은 총비서와 '깜짝 만남'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무산되기도 했다.

북한은 '정상 대 정상'의 외교로 일단 만나고 보자는 지난 2018년의 비핵화 협상 방식의 재개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자신들이 '명백한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은 뒤, 비핵화가 아닌 다른 의제여야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태도로 미국의 손짓을 모른척하고 있다.

대화 여지는 남겼지만…미국의 조처는 제한, 북한도 관망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년간 북한을 한 번도 '위험한 존재'로 규정하지 않았다. 중국과 이란, 베네수엘라 등 자신의 외교 방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들을 상대하는 방식과 북한을 상대하는 방식은 판이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관리 대상'이자 대화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상대방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아울러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등 동시다발적 외교·안보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선명한 대북 정책을 내세우진 못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 일본 등 다른 동맹들과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북한과의 핵 군축 협상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왔다. 이는 북한에게도 아직 미국의 스탠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북한은 실제 미국과의 물밑 접촉도 극도로 자제하면서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국방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북한도 미국과 완전히 선을 긋기보다는 '전략적 관망'의 자세를 고정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년 동안 미국을 직접 자극하는 고강도 도발은 자제하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는 노선을 강화했는데, 이는 다음 북미 대화 재개 전까지 8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정세를 만들어 협상력을 높인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른바 2019년의 '하노이식 빅딜'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협상 테이블에 앉더라도 비핵화의 순서와 범위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형태로 재구성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이런 흐름은 8년 전과 비교했을 때 양측의 출발선이 달라지는 요인으로도 볼 수 있다. 북미의 접촉과 대화가 재개돼도 빠르게 핵 협상이 전개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드는 요인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 News1 DB
교착 길어지면 트럼프 임기 내 대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 간 직접 담판이라는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제 '다극주의'라는 새로운 국제질서 수립을 명분으로 내세워 러시아, 중국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대화 국면의 전개를 원하는 듯하다. 양측 모두 파국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단 안정은 유지되고 있지만, 그 안정이 오히려 협상 재개의 동력을 갉아먹는 교착의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미관계가 교착에 빠진 이유는 단지 대화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비핵화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제재 완화는 어떤 시점에 단행할 것인가 등 쟁점 사안에 대한 서로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발생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력의 축출과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으로 인해 미국에 대한 김 총비서의 불신이 커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자신도 언제든 두 나라와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상상 때문읻다.

향후 북미관계의 변곡점은 북한의 당 제9차 대회에서 나올 대외 메시지,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등에서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당 대회에서 대외 노선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도 북미 대화의 '성과'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