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혼란의 나비효과…北, 러시아의 '탄약 보급창' 공고화

러시아 드론·탄약 공급 축, 이란→북한 이동 가능성
군수공장 시찰하며 '무기 증산' 외친 김정은 행보에 주목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탄도미사일 생산 공장을 시찰하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이란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미국의 군사 개입까지 거론되면서 '이란 사태'의 나비효과가 한반도에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16일 제기됐다.

이란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에 각종 무기를 공급해 왔는데, 이러한 무기 공급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러시아는 화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북한에게 손을 더 크게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의 군사 전문가 데니스 포포비치는 최근 우크라이나 매체 라디오 NV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러시아에 샤헤드(Shahed) 자폭 드론뿐 아니라 다양한 구경의 탄약과 미사일을 공급해 왔다"며 "만약 이 공급이 끊긴다면 러시아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에 정밀유도무기를 대량으로 소비하면서 '고갈 논란'까지 제기된 바 있는데, 이후 비용이 적게 들고 대량 운용이 가능한 드론·탄약을 대체재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이란의 기여가 컸다는 것이다.

이란이 러시아에 제공해 온 샤헤드 계열 드론은 저비용·고효율 무기로 각광을 받아 왔다. 전력 등 인프라 타격이나 방공망 소모전에 투입돼 성과를 내면서 '가성비 무기'로 입지를 다졌다. 이러한 이란산 드론의 공급이 끊기면 러시아는 드론과 화력의 부족을 동시에 보완할 수 있는 다른 공급원의 확보가 절실해지고, 그 공백을 메울 현실적 카드로 북한이 더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쟁 장기화 속 포탄이 곧 '체력'…러시아의 대(對) 북한 의존도 커질 수도

전쟁이 장기전, 소모전 양상으로 전개될수록 포탄과 탄약이 곧 '체력'이 된다. 특히 포병전 비중이 큰 러-우 전선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막대한 양의 포탄을 소모해 왔고, 러시아는 그간 이란과 북한을 일종의 외부 공급선으로 삼아 전력 부족분을 메워왔는데, 이란의 에너지가 떨어진다면 러시아가 북한산 무기에 더 기댈 수밖에 없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23년부터 러시아에 상당한 양의 포탄과 탄약을 공급해 왔다. 북한이 핵탄두 탑재 가능 미사일로 개발한 'KN-23' 계열의 단거리탄도미사일과, 방사포 포탄을 주로 공급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우크라이나 측은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한 포탄이 650만 발에 이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장거리발사체와 극초음속발사체, 핵추진잠수함 등 각종 첨단전력 개발을 위한 기술 지원과 경제적 지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의 입장에선 북한산 무기는 이미 검증된 자원이다. 그 때문에 만일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더 많은 미사일·포탄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북한에게 줄 반대급부의 가치도 높여야 한다. 지금까지 제공된 것보다 더 뛰어난 첨단무기 관련 기술이 북한으로 넘어간다면, 한국의 입장에선 안보 위협 요인이 커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북한도 무한정 공급은 못 한다"…비축 고갈·설비·물류 한계

다만 포포비치는 북한 역시 '무제한 대체 공급원'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해 왔지만 비축량이 점차 고갈되고 있어, 이를 유지하려면 추가 설비 투입이 필요하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초기엔 창고에 쌓아둔 비축분을 털어 미사일과 포탄을 공급했지만, 이제는 공장을 '만가동'하면서 화력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한미를 상대로도 '억제력'을 유지해야 하는 북한의 입장에선 유사시를 대비한 군수 비축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러시아에 무기 공급을 늘리게 된다면 공장 설비·원자재·전력·노동력·운송망 등에서 한계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포탄은 금속·화약 등 원자재 확보부터 조립, 포장, 대량 수송까지 이어지는 연쇄 공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든다. 러시아의 수요가 커질수록 북한이 감당해야 할 생산·수송 부담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는데, 제재 환경 속에서 북한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선을 넘으면, 생산 확대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해 연말~올해 초에 군수공장을 잇달아 시찰하며 '대량 생산'을 거듭 주문한 것을 주목할 필요도 있다. 김 총비서는 군수부문 현지지도에서 생산 확대, 성능 개선뿐 아니라 연속적·대량 생산 체계를 강조해 왔는데, 이는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비축분 방출'이 아닌 '생산 기반'으로 지속해야 하는 상황을 의식한 조치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비서는 특히 지난 3일 북한판 스파이크 미사일 생산 공장을 찾아 '방사포 체계를 대체할 수 있는 무기'라고 평가하며 생산 능력을 2.5배 키우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스파이크 미사일은 정밀 유도체계를 갖춰, 적의 전차나 방공포, 은폐된 진지 등을 기습 타격하기 위한 무기다.

사거리가 짧고 폭발력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방사포에 비해 빠르게 많이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총비서가 '방사포를 대체할 무기'로 낙점하며 증산을 주문한 것이 포탄이 부족한 러시아의 현재 상황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