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가까워지자 예민해진 北…'대화'에 극도의 거부감
한중 정상회담 전후로 중국과 소원한 모습 노출
조급한 모습도 엿보여…中 믿고 정세 대응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한중·한일 정상외교 국면에서 한국을 상대로 예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외 행보 때마다 분위기를 흐리는 행동을 단행하는 것인데, 특히 중국에 대한 신뢰감을 100% 회복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석이 14일 나온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밤에 발표한 담화에서 최근 무인기 사건을 계기로 남북 간 '소통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통일부의 입장에 대해 "희망 부푼 개꿈", "실현 불가능한 망상"이라고 일축했다.
김 부부장의 담화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 행보를 '저격'했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집권자가 해외에까지 돌아치며 청탁질을 해도, 아무리 당국이 선의적인 시늉을 해보이면서 개꿈을 꾸어도 조한관계의 현실은 절대로 달라질 수 없다"라고 날을 세웠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기조를 재확인한 한일 정상회담 당일에 나왔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해석도 있다. 다만 종합적으로는 북한의 '혈맹'인 중국이 이달 초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이 대통령을 크게 환대하고 한중관계 밀착 움직임을 보이자 북한의 경계심이 높아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듯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남북, 북미관계의 '조정자'로 나서게 될 경우 북한이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중관계의 밀착을 우려하고 있다고 본다. 북한이 지난 4일 이 대통령의 방중 당일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단행한 것도 한중 양국에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였다는 해석이다.
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대북 구상을 자세하게 밝히고 중국의 '역할'을 요청했는데, 북한은 이를 '청탁질'이라고 비난한 셈이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에게 한국의 구상이나 중국의 입장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었다면, 북한이 굳이 한국의 외교 행보를 저격하지 않고 오히려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베이징 방문과 북중 정상회담으로 중국을 다시 든든한 우군으로 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시진핑 주석의 신년 메시지를 소홀하게 다뤄 눈길을 끌었다. 북중관계가 좋을 때는 시 주석의 축전 전문이 비중 있게 신문에 실렸는데, 올해는 시 주석의 축전을 다른 여러 나라의 축전과 함께 '도착했다'는 단신으로만 처리하고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이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한 사전 소통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데 따른 결과라는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으로 한국을 당겨야 하는 수요가 있는 중국이 북한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고, 최고지도자가 직접 베이징까지 다녀왔던 북한의 입장에선 이런 중국에게 실망감을 느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일본이 이 대통령을 극진하게 환대하면서 역내에서 한국의 입지가 높아지는 상황이 전개되자, 북한이 다소 조급해졌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통상 미국에 대한 담화를 미국 시간에 맞춰 밤에 발표하곤 했던 김 부부장이 전날 밤 다소 뜬금없는 시간에 한국을 향한 담화를 낸 것도 북한의 정세 판단이 차분하지 못한 상황임을 보여 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김여정의 '청탁질'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외교 성과를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중국이나 일본을 통한 중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무인기 관련 행보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북한이 일단 무인기 사건을 활용해 한국이 '긴장 고조'의 원인이라는 논리를 만들어 '대화'를 위한 중국의 개입 여지를 낮추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해 9월 발생한 무인기 사건을 뒤늦게 대외 행보의 카드로 삼은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북중 간 소통의 수준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하고, 절제되고 전략적인 대북 메시지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조언한다. 김 부부장의 독설을 섣부른 낙관론이나 희망적 사고로만 해석하지 말고, 담화의 배경을 다각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여정의 독설은 우리 정부가 '선의'를 보일수록 더욱 강해지는 경향"이라며 "김여정의 담화를 두고 통일부가 즉각적으로 '소통의 여지가 있다'고 해석한 것은 자칫하면 북한에 우리가 매달리고 있다는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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