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공개한 무인기, 중국 스카이워커 타이탄 2160…군수품 아냐"
중국산 부품 조합 가능성…'6시간 체공' 등 北 주장 성립 불가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한국의 '무인기 침투' 증거라며 공개한 '정찰무인기'가 중국산 상용 고정익 드론 플랫폼과 민수용 부품을 조합해 만든 기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11일 제기됐다. 북한이 의심하는 '군사용'과의 괴리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전날(10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에서 한국 무인기가 이달 4일과 지난해 9월 자신들의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국방부는 "군이 보유한 기종이 아니다"라고 즉각 부인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11일 국방부의 설명을 두고 "그나마 연명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면서도 "무인기 실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북한은 이번에 침입한 무인기가 동체 하부에 설치된 고해상도 광학촬영기로 지상 대상물을 촬영하는 명백한 감시정찰수단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공개된 기체의 외형과 내부 구조를 분석한 전문가들은 북한 설명과 전혀 다른 결론을 내놨다.
특히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기체는 중국 스카이워커 테크놀로지사의 '스카이워커 타이탄 2160'과 외형과 비율이 거의 일치한다"며 "이 모델은 전 세계 드론 동호인과 산업용 UAV 제작자들이 사용하는 상용 고정익 플랫폼으로 군수품이 아니라 농업·측량·FPV 촬영용으로 분류돼 온라인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이탄 2160은 날개폭 2.16m, 기체 길이 1.23m, 6S 1만 6000~3만 2000mAh 배터리 사용 시 최대 약 260㎞ 비행, 4시간 20분 이상 체공이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무인기가 최대 6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다고 했는데, 타이탄 2160 제원과는 맞지 않다.
북한이 내세운 '고해상도 광학정찰' 주장도 공개된 장비와 맞지 않는다. 기체에 장착된 카메라는 군용 'EO/IR'(광학/적외선) 센서가 아니라 공개카메라인 '런캠'(RunCam) 계열 FPV용 소형 카메라로 식별된다. 이는 줌 기능이 거의 없는 광각 렌즈 기반이다. 이에 고도 수백 미터 이상에서는 표적 식별이 어렵다.
장착된 부품 역시 민수용 일색이다. 기체에는' 픽스호크(Pixhawk) 6C' 비행제어기, 중국산 저가형 수신기인 '플라이스카이 FS-iA6', '상용 GPS 모듈', '삼성 EVO Plus 마이크로 SD 카드' 등이 장착된 것으로 보인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지금까지 공개한 사진을 보면 무인기를 통제하는 리시버와 내부 부속들이 대부분 중국산 상용 제품"이라며 "이번 무인기도 중국 제품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구성으로 보이고 군사정찰용 장비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도 "온라인에서 누구나 쉽게 구매해 제작할 수 있는 기종"이라며 "상용 부품을 조합해 동일한 형태의 무인기를 여러 대 만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의 컨트롤러 등 개별 부품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통신체계는 북한의 '침투 정찰' 주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FS-iA6 수신기의 실사용 거리는 개활지 기준 1~1.5㎞에 불과하다.
북한 주장대로 왕복 160㎞ 비행이 이뤄졌다면, 이 무인기는 이륙 직후 곧바로 지상 통제소와의 연결이 끊긴 채 비행의 99% 이상을 통신 두절 상태로 수행했어야 한다. 이 경우 가능한 방식은 출발 전 좌표를 입력해 두고 자동항법으로 왕복시키는 것뿐이며, 이는 목표 변경이나 기상 악화에 대응할 수 없는 가장 원시적인 운용 방식이다.
북한이 "전자전자수단으로 강제추락시켰다"고 주장한 대목은 오히려 기체가 상용 규격이라는 점과 부합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상용 RC 링크와 민수용 GPS 모듈은 '재밍'(전파 방해)이나 'GPS 스푸핑'(위치·시간 신호 조작)에 매우 취약해, 항로 이탈이나 자동항법 오류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이 공개한 촬영 대상 역시 군사적 정보 가치가 낮다는 점도 되짚어볼 대목이다. 황해북도 평산 일대와 개성공단·개성역은 위성자산과 지상 감시로 이미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지역으로, 한국군이 굳이 격추 위험과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며 저가형 드론을 보내 찍어올 '새로운 첩보'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운용 주체가 누구인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북한이 주장하는 '한국군의 조직적 감시정찰 작전'과 공개된 기체의 사양·부품·운용 방식은 서로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제9차 노동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사건을 공개한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구도를 부각하기 위한 정치적 메시지로 이 사안을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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