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잡힌 北 포로 송환 협상 '지지부진'…한국 올 수 있나

韓-우크라 정부 논의 중이지만, 종전 협상 전 송환 어려울 듯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우크라이나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을 면담하는 모습 (유용원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4/뉴스1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이 지난달 한국으로 망명(귀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들의 실질적인 송환 절차에는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26일 파악된다.

당사자들이 귀순 의사를 밝힌 이상 이들을 국제법상 전쟁 포로 혹은 탈북자로 규정해 한국행 논의가 시작돼야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와의 교섭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이 치열하게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협상에 보다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다큐멘터리 제작자 김영미 PD는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포로수용소에서 북한군 포로 백모 씨와 리모 씨를 직접 접견했다. 김 PD는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를 통해 2명의 포로가 모두 "한국으로 귀순하고 싶다"며 "꼭 데려가달라"는 의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러시아에 파병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접경지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인 쿠르스크 전투에 투입됐다가 올해 1월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잡혔다. 당시 우크라이나 당국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포로들의 인적사항과 심문 영상을 직접 공개하며 이들의 존재가 국제사회에 처음 알려졌다.

지난 3월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이들과 면담했을 때는 두 명 중 한 명만 귀순 의사를 밝혔다. 다른 한 명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만 했는데, 이제 두 명 모두 한국으로 오겠다는 의사가 확인된 것이다.

정부는 이들이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귀순 의사가 확인되면 모두 수용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들의 지위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문제가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 있어 하나의 쟁점일 수도 있다.

백모 씨와 리모 씨의 지위를 국제법으로 보면 '전쟁 포로'에 해당하는 측면이 있다. 국제법상 전쟁 포로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포로의 국가가 참전을 공식 인정해야 한다.

북한은 지난해 파병 후 이들이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뒤에도 한동안은 참전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2명의 포로들에 대해 정부가 전쟁 포로가 아니라 '탈북자'로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차원의 송환을 요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북한은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는 점을 뒤늦게 공식 인정했다. 북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의 '교전국'이 되면서 북한군 포로들의 지위도 '전쟁 포로'인 상황이 됐다. 제네바 협약에는 '교전 중에 붙잡힌 포로는 전쟁이 끝나면 지체 없이 석방해 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규약이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 이들의 송환을 요구할 경우 협상이 복잡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다만 제네바 협약에는 '포로의 의사에 반하는 송환은 안 된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다. 2명의 포로가 이미 한국행을 원한다고 밝힌 만큼 이들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될 가능성은 작아졌다. 다만 이 경우 '헌법상 우리 국민'으로서의 이들의 입지와 본국 송환을 거부한 '전쟁 포로'가 중립국으로 송환되는 상황이 중첩돼 협상이 복잡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포로들의 송환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당국뿐 아니라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등 여러 국제기구와 논의를 거쳐야 할 필요가 있는 만큼 송환 절차를 서두르기보다는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美까지 얽힌 종전 협상 교착…포로 송환 논의도 장기화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안 논의를 위한 회담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대화하고 있다. 2025.08.18.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정부는 현재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됐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고 있다. 정보 당국과 외교 채널을 통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잠잠했던 러시아와 미국, 우크라이나의 종전 협상이 최근 다시 활발해지면서 오히려 포로들의 송환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선 북한군뿐만 아니라 러시아군의 포로도 협상의 카드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당장 별도의 포로 송환 협상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 과정에서 때론 러시아 편을, 때론 우크라이나의 편을 들며 최적의 중재안을 찾지 못해 종전 협상도 난항인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추수감사절 휴가를 보내기 위해 플로리다로 향하며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의 논의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면서도 "이 일이 끝나는 때가 곧 시한"이라며 협상의 종결 시점에 대해 언급하진 못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국제정세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우크라이나와의 외교적 협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