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첫 남북회담 제안했지만…北 긍정 호응 가능성은 작아

"북한 남북군사회담에 응할 시 北의 '두 국가' 기조 희석될 가능성"
접경지 군사 긴장 해소·남북 소통 채널 확보하기 위한 의도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에서 남한군 초소와 북한군 초소가 나란히 보이고 있다. 2020.6.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공식적으로 첫 남북회담을 제안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한 뒤 남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치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호응에 나설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국방부는 17일 대북 담화를 통해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 기준선 설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북한에 제안했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설치된 MDL 표식이 많이 유실돼 북한군이 우리 지역을 침범하는 일들이 발생해 우발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으니 회담을 열어 기준선 설정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군사회담은 남북 군 당국자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해 열리는 것으로, 최고위급 군사회담인 국방장관회담과 고위급군사회담·장성급군사회담·군사실무회담을 포함한다.

전문가들, 호응 가능성 작아…대화 임할 시 '두 국가' 기조 희석될 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군사회담 제안에 긍정적으로 호응할 가능성을 낮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남북회담에 응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게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 2023년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하고 접경지에서 남북 단절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이번 대화에 나올 시 주민들에게 '두 국가' 기조에 대한 의지를 오인하게 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 남북 간 군사회담이 '두 국가' 관계보단 '특수' 관계를 인정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군사적으로 북한이 당장 남측 때문에 위협을 느낄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북측의 국경화를 위한 작업 활동으로 벌어지는 남측의 경고사격이기 때문에 남측이 조장하는 위협이나 당장의 충돌 위험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대화에 응해야 할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내달 중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와 내년 초 제9차 당대회, 내년 상반기 최고인민회의 등을 주요 당 회의체 개최를 앞두고 있다. 내부적으로 성과를 결산하고 새 대내·대외 전략을 발표하는 여러 내부 정치 일정을 앞둔 만큼 남북관계에서 '큰 변수'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화 제의를 무시하는 것을 넘어 접경지 군사적 긴장의 책임을 우리측에게 전가하려는 메시지를 낼 수 있다고도 전망한다. 아울러 북한이 반응해도 정전협정 당사자인 유엔군사령부나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우리 측을 문제 해결의 당사자에서 배제하려는 곤란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북한 측에 군사회담을 제안한 바 있으나 북한이 무반응으로 일관했으며, 윤석열 정부 들어선 공식 제안이 없었다. 가장 최근에 개최된 군사회담은 2018년 10월 제10차 장성급 회담이며, 그에 앞서 국방장관 회담 2회·장성급 회담 10회·실무회담 40회 열리기도 했다.

2018년 10월 28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제10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을 마친 남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육군 소장·왼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육군 중장이 악수하고 있다. 이날 기합의한 11개 감시초소(GP) 시범철수 작업을 연내 완료하기로 했다. 또 한강(임진강)하구 공동이용과 관련, 11월 초 공동수로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2018.10.26/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정부 제안, 접경 주민 안전 및 군사 긴장 해소·남북 소통 복구 '다목적 의도'

정부가 북한의 낮은 호응 가능성을 인지하면서도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한 것은 단순한 대북 유화책을 넘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국경 작업에서 MDL을 빈번히 침범해 우리 군의 경고사격이 자칫 돌발 상황이나 오인 교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됐다는 관측인 것이다.

남북 간 소통 채널이 전무한 상황에서 군사회담 제안은 우발적 충돌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대화 통로를 복구하려는 시도로도 평가된다. 당장 회담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우리 측이 먼저 대화를 제안하고 긴장 완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해 향후 남북 소통 채널을 복원할 명분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군 당국도 담화를 발표하며 과거 우리 군이 유엔군사령부 채널을 통해 군사분계선(MDL) 재설정을 위한 회담 필요성을 여러 차례 북측에 통보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도 설명했다.

군사회담의 의제를 '군사분계선 지점 설정'으로 결정한 것은 북한에도 실익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군은 2024년 초부터 MDL 일대에 지뢰를 매설하고 전술도로·철책선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남하를 반복했다. 북한의 MDL 침범은 지난해 10회 미만에서 올해 10회 이상으로 증가했고, 지난 8월엔 북한군 30여 명이 MDL를 넘은 뒤 우리 군의 경고사격 후 복귀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이 북한 당국에도 불리할 수 있는 만큼, MDL 기준선을 명확히 하자는 제안은 남북 모두에게 우발적 충돌과 사고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한 '실용적 의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