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고강도 신상필벌 예고…연말에 '칼바람' 분다
현지지도서 '질책과 치하' 대상 명확하게 구분해 눈길
전문가 "외교 성과 충분히 거둔 김정은, 내년 초까지는 내치 집중"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연말 전원회의를 앞두고 본격적인 '사정 정국'을 예고했다. 간부들에 대한 '신상필벌'을 명확하게 해 오는 12월 중순에 열리는 당 전원회의에서 대대적인 인사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 9월 초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와 지난달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계기로 사회주의 우방국들을 대상으로 한 외치에 주력했는데, 연말까지는 남은 민생·경제 과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내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5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총비서가 전날인 4일 학용품 공장과 교구비품 공장 건설 현장을 각각 방문해 '예상보다 건설 상황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 연말까지 반드시 완공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그는 공사 지연 문제의 원인이 간부들의 '태도 문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 총비서는 "지난 몇 년간 전원회의 때마다 교육부문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강화하는 문제를 중대 사안으로 취급했음에도 5년이 되는 올해 중반까지 공사가 진척되지 못했다"라며 "이는 당 정책과 국가의 미래를 대하는 내각과 교육부문 지도간부들의 관점과 태도상의 문제로 봐야 한다"라고 질책했다. 지난 2021년 당 8차 대회에서 결정한 교육부문 인프라 강화 사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김 총비서는 이어 "전원회의 때마다 이 공장을 설립하는 것에 대한 같은 내용의 결정서가 무려 8차례나 의결됐지만 집행되지 않았고, 해당 부문에서는 똑똑한 방도도 내놓지 않았다"라며 "국사 중의 국사로 중대한 의미가 부여된 중요 정책사업들이 몇 년간이나 방치된 원인을 엄격히 총화(평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8일에도 당 창건사적관을 찾아 당 내부에 기강 해이와 관료주의, 부정부패가 만연하다며 "당의 권위를 훼손시키는 온갖 요소와 행위들을 제때 색출, 제거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21년 이후 '간부 혁명'을 주창하며 간부들에게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다.
작년 여름 압록강 일대에서 대규모 수해가 발생했을 때 그는 간부들이 피해 예방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라며 책임을 전가했고, 올해 초에는 지방 간부들의 '음주 접대 행위'를 적발했다며 이를 이례적으로 공개 비판하고 엄정한 조치를 지시하기도 했다.
최근 김 총비서가 연일 간부들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경고성 메시지를 낸 것을 고려하면, 일각에서는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대규모 인사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질책을 모든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매체로 보도하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어질 것이며, 동시에 다른 부문에서도 경각심을 가지라는 메시지 발신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방식은 북한의 선대 지도자들도 자주 구사했던 전형적인 '노동당식 간부 다스리기'로 볼 수 있다. 김 총비서는 아무리 실세 간부여도 경우에 따라 이들을 일시적으로 해임·강등했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복귀시키는 방식을 자주 구사하며 간부 사회의 긴장도를 유지해 왔다.
지난 2022년 연말 전원회의 이후 군 서열 2위인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돌연 해임하며 군 분위기를 잡았다가 1년 뒤 복귀시킨 것과, 올해 초 지방 간부들의 음주 접대 사건 때 '비서실장'인 조용원 당 조직비서에게 근신 처분을 하며 일시적으로 조용원의 활동이 축소됐던 것이 그 사례다. 누구라도 '당의 결정'에 반하는 결과를 내면 예외 없이 처벌 대상이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일각에선 이번 김 총비서의 발언이 대규모 징계로 이어지지 않고 '단속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한 단순한 경고성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은 경제적 성과를 내는 것이 더 급하기 때문에, 간부 사회를 위축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측면에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근 지방공업공장이나 평양종합병원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많아지면서 간부들을 옥죄는 김정은의 발언도 많아졌지만, 이것이 꼭 실질적인 문책 조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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