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김영남 사망에 조의…"남북 대화 물꼬 튼 인물"(종합)

정동영 통일장관 명의 조의문 공개…北 발송은 안 해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왼쪽)과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오른쪽). 2018.2.1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정부는 4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 명의로 북한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사망에 조의를 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장관 명의의 '조의문'을 공개했다. 정 장관은 "김 전 상임위원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한 바 있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북측 관계자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어 "저는 2005년 6월과 2018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평양에서 김 전 상임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지난 2005년 통일부 장관 재임 때 '6·15 통일 대축전' 행사에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해 김 전 상임위원장과 면담하고, 2018년에도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찾아 김 전 상임위원장과 만난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조의문 발표에 대해 남북관계에 깊이 관여한 인사들이 사망했을 때 정부 차원의 조의를 표한 전례가 있다면서 "김영남 전 상임위원장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북측의 특사단 대표로 방남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북한 고위급 인사의 사망에 조전을 보낸 것은 지난 2005년 10월 연형묵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사망 때가 처음이다. 당시에는 이종석 당시 통일부 장관이 조의를 표했다. 2015년 12월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사망했을 때도 홍용표 당시 통일부 장관 명의로 조전을 보냈다.

정부는 과거엔 남북 간 상시 소통채널인 판문점 통신연락선을 통해 전통문을 발송했으나 현재 북한이 대남 접촉을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있어 언론을 통해 조의를 표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부연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 전 상임위원장은 지난해 6월부터 대장암 치료를 받아 왔으며, '암성중독에 의한 다장기부전'으로 전날인 3일 97살을 일기로 사망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날 새벽 1시 김 상임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을 찾아 자신의 이름이 적힌 화환을 진정하고,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