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적대적 두 국가' 외치면서도…대남 인사 활동은 늘었다
당 창건 계기 행사서 리선권·김영철 포착…신변 이상 없는 듯
트럼프 만난 김영철·외무상 경험 리선권…"美 의식한 조치일 수도"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대한민국을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도 남북 또는 북미 회담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인사들과 조직을 해체하지 않고 있는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최근에는 관련 인사들의 활동이 부각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일 80주년을 맞아 각종 행사를 개최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지난 9일 당 창건 사적관을 참관했는데, 이때 리선권 당 중앙위원회 부장과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 고문이 포착됐다.
북한의 대남사업을 총괄한 통일전선부의 부장을 맡았던 리선권은 과거 남북 고위급 회담의 대표로 여러 차례 나섰던 군 출신 인사로 2018년 북미 비핵화 협상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대화 국면에서 남북회담의 수석대표로 자주 나서 '냉면 목구멍' 발언으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리선권은 당시엔 대남 대화용으로 만들어진 외곽 조직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위원장을 지내다가, 외무상을 거쳐 통일전선부장을 맡았다.
북한은 지난 2023년 말 남북관계를 '두 국가'로 선언한 뒤 통일전선부의 위상과 기능을 격하해 '당 10국'으로 조직 명칭을 바꾼 것으로 파악되는데, 북한 매체들은 최근까지도 리선권을 '국장'이 아닌 '당 부장'으로 호명하고 있어 그의 정치적 입지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철은 리선권보다 앞서 통일전선부장을 맡았던 인사다. 역시 군인 출신으로, 그는 지난 2010년 군 정찰총국장 재직 때 천안함 피격 사건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철은 지난 2018년 비핵화 협상 때 김정은 총비서의 큰 신임을 받아 북미 협상의 실무 책임자를 맡았다. 그는 북한이 비수교국과의 대외사업을 위해 만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미국 워싱턴D.C와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면하기도 했다. 지난 2023년 6월부터 통일전선부 고문을 맡고 있다.
지난달 김 총비서가 미국을 향해서는 "비핵화를 포기하면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는, 한국을 향해서는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낸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3차 회의 때 의사진행을 맡은 맹경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남 일꾼'으로 잔뼈가 굵은 맹경일은 대남사업에 오랜 기간 몸담아 왔다.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남한을 찾아 앤드루 김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과 소통하며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고문의 회담을 성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처럼 북한이 최근 대남·대미 라인 인사들의 활동을 매체에 적극 공개하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김영철의 경우 한때 북미 협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숙청설'이 제기될 정도로 수년 사이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 않았던 인사다.
정부는 2023년 말 북한의 '두 국가' 선언 후 김정은 총비서의 헌법 수정 등의 지시가 있었을 땐 리선권, 김영철 등 대남사업에 관여했던 인물들의 활동이 제한됐던 것으로 보고 있다. 대남 조직 개편 등으로 인해 이들 인사들의 역할도 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활동이 다시 활발해진 것은 이들의 명확한 역할이 다시 부여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이들이 자주 포착되는 것은 '적대적 두 국가'라는 대남 논리를 관리하는 조직 등이 완비된 것을 시사하며, 이들이 그 조직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김영철이 2018년 비핵화 협상을 전담하고, 리선권 역시 외무상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활동 및 노출 증가가 미국을 의식한 동향이라고 보기도 한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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