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김정은 도청 특수작전' 보도에 사흘째 '침묵'…북미 대화 여파는?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미국이 지난 2019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에 대한 도청 작전을 시도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대해 8일까지 사흘째 침묵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공개 반응을 내지 않는 것은 국경이 뚫렸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해야 하는 부담을 피하고,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피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NYT는 지난 6일 보도에서 미국이 2019년 1월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총비서를 도청하려 특수부대를 침투시켰지만, 작전이 실패해 수 명의 북한 주민들이 특수부대에 의해 살해됐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작전은 핵잠수함에서 출발한 특수부대가 소형 잠수정으로 이동한 뒤 북한 연안에 은밀히 접근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그런데 부대원들이 북한 해안에 도착했을 때 북한 민간 어선과 맞닥뜨렸고, 작전 발각을 우려한 부대원들은 어민 전원을 사살하고 철수했다고 한다.

북한은 보도가 나온 이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 사안을 언급할 경우 오히려 국경의 취약성을 노출할 수 있어 내부적으로는 사안을 관리하되 외부 대응은 자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보도가 사실일 경우 북한이 공식 입장을 내는 것 자체가 국경 방어와 자국민 보호 실패를 인정하는 셈"이라고 짚었다.

북한이 북미관계 악화를 의식해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보도가 북미 대화의 향방을 좌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모르는 일"이라고 보도 내용을 부인한 것도 북한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김 총비서가 이미 해당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보도의 파장은 제한적일 수 있다. NYT는 당시 특수부대 철수 직후 미국의 정찰위성들이 북한군의 활동이 급증한 것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북한군이 미국의 작전을 인지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셈이다. 김 총비서는 이 작전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두 차례 더 만나기도 했다.

만일 김 총비서가 이번 보도로 해당 사건을 인지했다면 북한 내부적으로는 큰 동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사건을 숨긴 이들이 처벌을 받고, 김 총비서에 대한 경호가 강화되는 등의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의 '적대 행위'를 명분 삼아 대미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이 작전을 수행한 특수부대가 2011년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한 전력이 있어 북한으로서는 미국을 불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