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등에 업은 김정은, 대미 협상·전방위적 외교 나설까
'안러경중' 전략 본격화…대미 협상 전 자신감 키워
다자외교 무대 데뷔 계기 외교 전선 확장 가능성도
- 김예슬 기자,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임여익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3일 중국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행사에 참석해 중국·러시아 정상과 나란히 선 모습은 향후 북한의 외교 노선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총비서는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나란히 천안문 망루에 서서 전승절 열병식을 지켜봤다.
시 주석 왼쪽에 자리한 김 총비서는 열병식 지켜보며, '밀착 대화'를 나누는 등 한층 가까워진 모습을 보였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중국 전승절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59년 이후 66년 만이다. 천안문 망루에 중러 정상과 함께 오른 장면은 신냉전 구도 속 '반미 국제전선'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비친다.
또한 소원했던 북중관계를 회복하고 러시아와의 연대를 강화하면서, 향후 대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도 읽힌다는 분석이다.
이번 방중은 김 총비서에게도 각별하다. 그는 2019년 1월 이후 6년 8개월 만에 중국 땅을 밟았다. 그간 대북제재와 팬데믹으로 사실상 중단됐던 북중 교류가 복원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안보는 러시아, 경제는 중국에 기대는, 이른바 '안러경중(安俄經中)' 전략을 본격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북중 관계가 소원하다는 평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걸 불식시켰다"며 "북중 회담에서도 양측 간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경제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 총비서의 이번 행보는 다자외교 무대 데뷔라는 성격도 짙다. 최근 북미 대화 재개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북한이 국제사회와 직접 소통하는 이미지를 부각하며 새로운 북한을 보여주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특히 미국과의 회담이 거론되는 시점에서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도 읽힌다. 중국,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며, 북미 대화 재개 전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총비서는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먼저 찾아 대미 협상에 대비한 전례도 있다. 2018년 3월과 5월 두 차례 방중해 시 주석과 연이어 회담했고, 6월 북미 정상회담 직후에도 다시 베이징을 찾아 중국의 지지를 재확인했다. 2019년 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회담을 앞두고도 방중 일정을 소화했다.
이처럼 북미 대화 국면에서 중국을 우선 방문한 것은 북한 외교에서 '중국 카드'가 여전히 협상력을 높이는 중요한 지렛대임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미국을 향해서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지고 있는데, 이러한 입장을 지속 관철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세 정상이 함께 등장한 장면은 김정은에게 매우 든든한 뒷배가 둘이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향후 북미 대화 국면이 진행될 때 김정은이 강력한 협상 지렛대를 갖고 시작하는 것이므로 자신감이 상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결국 김정은은 이전 같은 조건에서는 북미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더욱 강력하게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할 것이라는 게 확인된 현장"이라고 평가했다.
김 총비서가 다자외교 무대에 등판한 만큼 향후 라오스·이란 등 반미 연대 국가들과의 접촉을 확대하며 외교 전선을 넓힐 가능성도 거론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내가 한반도 안에서만 왔다 갔다 하면 뭐가 안되는구나'라는 판단 아래 동북아,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영향력을 넓혀가는 중"이라며 "이번 전승절에 참석한 대부분의 국가가 반미, 사회주의 국가들이기 때문에 이런 국가들과도 앞으로 새로운 외교적 교류와 협력을 확장할 수 있다"고 짚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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