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러 때랑은 달랐던 방중 김정은 '환송 행사'…"다자외교 긴장감"
2023년 방러 시엔 의장대 사열·대규모 환송식 해
전문가 "북·중 관계 성과 절실한 상황"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 열차에 올랐다.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대규모 환송식이 열리지 않았으며, 비교적 단출하고 절제된 분위기가 연출돼 눈길을 끈다.
2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총비서가 전날 전용 열차로 평양을 출발해 이날 새벽 국경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주목할 점은 김 총비서의 방중 환송 행사가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된 점이다. 과거 김 총비서가 해외로 나갈 땐 다수 당·정 간부와 주민들이 기차역이나 비행장에 나와 있곤 했는데, 이날 보도에는 환송 행사와 관련한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공개된 신문 사진에는 최선희 외무상과 김성남 국제부장이 열차에 동행한 모습이 포착됐다. 기차 출발 전 역에서는 조용원·김덕훈 당 비서가 김 총비서의 지시를 받는 듯한 모습만 담겼을 뿐 그 외 간부들은 포착되지 않았다. 신문은 "(김 총비서의 중국 방문에) 당과 정부 주요 간부들이 동행하고 있다"고만 간략하게 밝혔다.
이는 김 총비서가 지난 2023년 9월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블로디보스토크로 떠날 때와는 다른 풍경이다. 당시 신문은 김덕훈을 비롯한 수많은 당과 정부·무력기관의 지도 간부들이 기차역에 나와 김 총비서와 악수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인공기와 꽃을 들고 군중을 향해 인사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1월 7일 김 총비서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위해 베이징으로 떠날 때도 북한매체는 간부들이 김 총비서와 부인 리설주 여사를 환송하기 위해 일렬로 대기해 있는 모습, 김 총비서 부부가 출발 직전 의장대를 사열하는 모습 등을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중 길을 대대적으로 선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생애 첫 다자외교 무대에 나서는 것에 대한 긴장감 △중국을 상대로 여러 경제적 성과를 가져와야 한다는 중압감 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경중안러'(경제는 중국, 안보는 러시아)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북한이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반미 연대 강화'라는 정치적 목적을 넘어 북중 간 경제적 협력을 재추진해야 하는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당 창건 80주년(10월 10일)과 제9차 당대회 등 주요 내부 행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뚜렷한 경제적 성과가 필요한 시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명예교수는 "과거 김정은 총비서가 해외에 나갈 때는 자신이 극진한 국빈 대우를 받는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환송 행사도 크게 했지만 이번엔 '실리적 목적'의 방문이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사진 속 김 총비서가 열차 출발 직전 조용원·김덕훈 당 비서들과 엄중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두고는 "이번 첫 다자외교 무대 진출에 대한 중압감이 엿보인다"면서 "만약 이들이 동행했다면 김덕훈에게는 북중 경제협력 사안을 담당하고, 조용원에게는 관련 내용을 내부와 소통하는 역할을 부여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날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보도에는 환송 관련 언급이 빠져있었다"면서 "이번이 김정은의 첫 다자외교 참석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공식적인 환송식 개최 여부를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환송 행사를 했지만,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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