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훈련에도 고강도 도발 자제하는 北, 관심사는 온통 트럼프 '입'에

저강도 군사 행보로 대응…대남 비난은 강하게, 대미 비난은 수위 조절
한미 정상회담 결과, 北 9차 당 대회 '대외 전략'에 반영 가능성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최근 한미연합훈련 기간 동안 고강도 도발을 자제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의식한 행동으로 추정되는데, 한미를 향하는 태도에는 선명한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당장 북한의 최대 관심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구상에 집중돼 있다는 분석이 25일 제기된다.

저강도 군사 도발 단행하면서 대응 수위 통제…한국에는 '말 폭탄'

북한은 지난 2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참관하에 개량된 두 종류의 신형 반항공미사일(대공미사일)의 사격훈련을 진행했지만, 이 사실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 주민들이 미사일 발사 소식을 알 수 없다는 뜻으로, 내부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호전적 분위기 조성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대공미사일이 '방어무기'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한미를 향한 위협보다는 내부적으로 한미의 공격을 상정한 방어 훈련을 진행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연합훈련 기간 동안 김 총비서의 군 관련 활동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한미연합훈련 개시일인 지난 18일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를 방문했지만, 미사일 발사나 사격훈련 등 본격적인 무력도발은 하지 않았다.

과거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이 '북침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하며 각종 탄도미사일 등 핵 전력을 동원해 반발성 도발을 단행해 왔다. 북한의 최근 동향은 북한이 이번 한미연합훈련을 '로키'(low key)로 대응하고 있임을 알 수 있다.

다만 한국에 대한 비난성 '말 폭탄'은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을 '한국 집권자'라고 부르거나 대통령 호칭을 빼고 부르며 날 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여정 당 부부장은 지난 20일 이 대통령을 향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위인 아니"라며 한국의 대북 정책이 효과가 없고, 자신들은 한국과 대화할 의사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도 조선중앙통신은 한미일 밀착의 중요성을 언급한 한일 정상회담의 결과를 언급하며 "워싱턴의 '오해'를 덜어내려는, 백악관을 향한 구애"라며 "서울의 불안심리가 빚어낸 하나의 외교 촌극"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 제9차 노동당 대회서 '대외 전략' 수립 지표

하지만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의 '친분'이 유효함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일종의 '대화 조건'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올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의 담화 이후 나온 첫 발언인 데다가, 아직 미국의 대북정책이 공식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5년에 한 번씩 여는 노동당 대회(9차)를 열 예정인데, 이때 새롭게 정리할 대외 정책의 톤을 조정하기 위해 한미의 전략을 면밀하게 살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이 끝날 때까지는 상황을 지켜보며 미국에 대한 자극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현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 즉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시기에 북한이 강한 군사 도발을 진행하면 '규탄'이나 '비핵화'가 강조되는 메시지가 정상회담에서 나올 것을 인지하고 절제된 기조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