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담당 김영철·리선권 전원회의서 포착…'중요 결정'에선 빠져
회의장 맨 앞줄 착석…정치국 후보위원·당 10국 부장 유지 추정
결정서 초안 심의 회의엔 미식별…대남 사안 '큰 결정' 없었다
- 양은하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북한이 올 상반기를 결산하고 하반기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노동당 전원회의에 대남 담당 간부인 김영철과 리선권이 나란히 참석한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대남 사안에 대한 논의를 했음을 방증한다.
북한은 지난 21~23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2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열어 올해 국가 주요 정책 집행 상황을 중간 결산하고 하반기 사업 방향을 다시 확정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24일 보도한 사진과 조선중앙TV의 영상을 보면 북한 노동당의 옛 대남부서인 통일전선부(현 당 10국)의 고문인 김영철과 부장인 리선권이 회의장 맨 앞줄에 앉아 있는 것이 식별된다.
이들이 앉은 자리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함께 회의의 '무대'인 주석단에 자리한 정치국 상무위원 및 위원들 다음 서열에 해당하는 정치국 후보위원과 당 전문부서 부장들이 주로 착석하는 자리다.
김영철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서, 리선권은 당 부장 혹은 국장 자격으로 해당 자리에 앉아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지난 2023년 12월 '남북 두 국가'를 선언한 이후 대남사업의 비중을 대폭 줄였음에도 이들의 정치적 위상에는 큰 변동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통일전선부 부장을 지낸 김영철과 리선권은 지난 20여년간 주요 남북대화에 관여해 온 대표적인 대남 일꾼으로 꼽힌다. 정찰총국장 재직 당시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것으로 잘 알려진 김영철은 지난 2018년 남북미 3자간 비핵화 협상 때 북한 측의 수석대표였고, 리선권은 같은 기간 대남 사업을 총괄했던 인사다.
김영철은 한때 은퇴한 것으로 추측됐으나 지난 2023년 6월 통전부 고문이자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했고, 리선권은 북한이 통전부를 '당 10국'으로 개편한 뒤에도 책임자로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악화된 남북관계 영향으로 이들의 활동은 거의 찾을 수 없을 만큼 뜸해졌다. 리선권의 경우 올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창설 70돌 기념행사 등 총련 관련사업에 몇차례 얼굴을 내비쳤을 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이들이 여전히 과거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의 대남 정책 자체의 중요성은 축소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은 전원회의 중간에 별도의 정치국회의를 열어 하반기 정책 방향을 담은 결정서 초안을 심의했는데 이 회의에서는 이들이 식별되지 않았다. 결정서 작성 과정에 이들이 깊게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하반기 사업의 '중요 결정'에선 제외됐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당 사업 중 외교를 담당하는 김성남 국제부장(정치국 후보위원)은 정치국회의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대남 일꾼들의 정치국회의 불참의 의미를 짚을 수 있다.
북한 매체들이 정치국회의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들이 회의에 참석했으나 보도 과정에서 편집됐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함의는 '대남 사업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해 6워과 12월 전원회의에서는 최선희 외무상과 김성남 당 부장, 그리고 김영철 고문과 리선권 당 부장 등이 분과별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남 및 대외 사업 관련 논의 및 결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은 당 총비서가 했다는 '중요 연설'의 내용도 숨겼다.
김영철과 리선권은 향후 남북 당국 간 접촉 재개시 유력한 카운터파트라는 점에서 이들의 공개 활동이 잦아지거나, 주요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동향이 나타난다면 북한이 대남 사업의 기조를 바꾼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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