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통제한다는 정부…'표현의 자유' 침해 어떻게 피하나
2년 전 헌재, 위헌 결정하면서 '입법적 해결의 필요성' 열어둬
처벌 보다 예방이 중요…소통으로 살포 막아야 의견도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로 민간 단체들에 전단 살포 중단을 요청하며 '엄중 조치'까지 언급하고 나선 가운데 전단 통제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2020년 북한이 삐라(전단)를 이유로 남북공동연락소를 폭파하고 남북 관계가 극에 달하자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그러나 지난 2023년 9월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으로 결정했다.
다만 현 정부는 헌재 결정이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것 자체를 위헌으로 본 것은 아니며 헌재가 '전단 살포 규제를 위한 입법적 해결의 필요성'을 열어둔 만큼 남북관계발전법이 아닌 다른 실정법을 적용하면 전단 살포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우선 항공안전관리법이나 재난안전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으로 전단 살포 행위를 규율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안전법'으로 비행기구의 무게를 제한할 수 있다. 외부에 2㎏ 이상의 물건을 매달고 비행하는 기구는 규제 대상이라는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에 따라 대북 전단 풍선 무게가 2kg 이상이면 항공안전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재난안전법'은 지자체장이 위험지역으로 선포한 곳에 허락 없는 출입을 금한다. 경기도는 재난안전법에 근거해 지난해 10월부터 파주, 연천, 김포 3개 시군을 재난안전법상 위험구역으로 지정하고 특사경을 투입해 24시간 순찰 중이다. 고압가스관리법은 지자체 등록 없이 수소나 헬륨 등 고압가스 운반 차량을 이용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대북 전단과 관련 없는 법을 동원해 우회 처벌하는 것은 헌법의 취지에 맞지 않을뿐더러 민간단체들이 법을 어기지 않고도 전단을 살포할 수 있어 실효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성룡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몰래 보내도 되고 비행기(드론)를 띄워서 보내도 되고,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라면서 그간 보낸 대북 전단 풍선이 "2kg을 넘지 않으며, 집회 신고도 마쳤고, 수소가 아닌 헬륨가스를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얼마든지 실정법을 지키면서 전단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16일 통일부 인권인도실 주재로 '대북전단 살포 중단 관련 유관 부처 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대통령의 지시 사항인 만큼 대책안 마련을 위해 총리실, 국가정보원, 행정안전부, 국토부, 경찰청 등 관계 부처 실무진들이 머리를 맞댄 것이다.
회의에서 정부는 전단 살포 사전 방지를 위해 주요 접경지역에 기동대와 지역경찰을 배치하고 지자체 특사경도 살포 예상 지역의 순찰 강화, 위험구역 설정지역에서 상시 동원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또 처벌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법률 개정도 진행하는 등 적극 대응 방침을 확정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전단 살포 이후 '처벌'을 강조하기보다 '예방'적 조치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가 '대북전단 중단'이라는 정책 기조를 밝힌 만큼 민간 단체에 정책 기조를 충분히 설명하고 소통함으로써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단을 살포하는 단체들은 대부분 통일부 소관 등록 법인 단체들로 통일부가 이들의 활동을 지원·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사전에 원활한 소통으로 살포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영준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전 통일부 차관)는 "앞선 헌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처벌로 했기 때문에 위헌 결정을 했다"며 "향후 형벌이 아닌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처벌 수위를 낮추거나 접경지역 주민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는 것을 규정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법 제정 과정에서 "공청회 등 조용히 논의되는 장이 마련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 갈등 해결 구조를 한단계 높이는 기능을 할 것"이라며 "동물 유산이나 불면증 등 입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 국가가 손해를 배상하고 그 구상권을 행사한다면 민간 단체에 대한 제약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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