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인사이트] 아프간 사태가 북한에 주는 압박

'미군 빠진 남한'…미래 시나리오보다 '미국의 관심' 멀어지는 것이 부담

편집자주 ...2018년부터 북한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동북아시아 정세는 급변했다. '평양 인사이트(insight)'는 따라가기조차 쉽지 않은 빠른 변화의 흐름을 진단하고 '생각할 거리'를 제안한다.

현지시간으로 19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카불에서 시민들이 독립 기념일을 맞아 아프간 국기를 들고 차량 시위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한 사건은 '예견된 혼란'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철수는 예정된 것이고, 철수 후의 혼란은 예상 이상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목격하고 있다. 미군의 군용기에 매달려 탈출하던 사람들이 하늘에서 추락해 사망하고, 이슬람 원리주의를 앞세운 탈레반의 재집권에 아프가니스탄의 인권이 위협받고 있다.

한반도에 이 사안을 대입하는 이들은, 남한과 북한, 주한미군을 엮어 '썰'을 풀어나가기도 한다.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하면?"이 주 의제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미국이 동맹을 떠나면 우리가 북한에게 점령당해 지금 아프가니스탄인들이 겪는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눈에 띄었다.

역사는 예측할 수 없어서 누군가의 주장을 틀렸다, 맞았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아프가니스탄의 현재 상황이 한반도에 그대로 대입될 수 있다는 것은 다분히 프로파간다적 단편 논리로 보인다.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 더 확장하면 일본과 러시아의 '국익'이 걸려 있는 첨예한 외교의 장이다. 당장 미국이 한반도에서 철군하게 될 이렇다 할 상황을 예견하기 어려운 이유다.

저 주장은 미국이 우릴 '버릴' 수도 있으니 지금 정부처럼 남북관계 개선보다는 동맹 강화가 더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기반이 돼 있다. 미국이 한국을 '버리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외교적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무엇인지는 딱히 설명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국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반도 외교의 궁극적 목표 중 하나인 비핵화를 위해 사상 초유의 외교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 외교의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아프가니스탄 상황의 전개에 따른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외교의 의지 변화보다 북한의 생각이 더 궁금하다. 북한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미군이 철수하니 아프가니스탄이 자주권을 찾았다고 평가할까? 철군 후 나타난 대대적 혼돈이 한반도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우려를 할까? 미국만 없으면 '적화통일'을 비롯해 뭔가 해볼 수 있다고 희망을 그릴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비핵화 협상에서 보았듯 북한의 가장 큰 외교 상대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다. 북한은 한반도에서 미국이 갑자기 사라지는 상황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사실상 완전히 떨어지는 상황과도 같기 때문일 것이다.

한반도의 외교란 보이지 않는 힘의 균형이 오가며 발생한다. 땅따먹기와 같은 물리적 점유의 중요도는 후자다.

김정은 총비서 집권 후 이른바 '정상국가화'를 추진해 온 북한은 지금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보며 잠시 차분해질 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지금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인다면 역시 북한은 '탈레반' 같은 존재라는 국제사회에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초강경 대응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북한이 꽤 잠잠한 이유가 이러한 분석 때문일까? 역시 정답은 알 수가 없다.

적어도 북한은 지금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 조금 신경 쓰일 수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의 접촉 시도도 마다하며 자신들의 페이스를 유지하려 애썼던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하나의 변곡점으로 봤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국제사회 시선의 초점이 미국과 중동으로 돌아갔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낮아진 미국의 대북 관심을 높일 '평화적'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기도 하다.

seojiba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