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호 이어 강건호도 2개월 내 취역…北 '해군 핵무장화' 어디까지 왔나
1번함서 수개월 걸린 시험공정 압축…대형 수상함 2척 체제 구축
전략순항미사일 탑재 '해상 핵플랫폼'…기지·정비 등 인프라는 과제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신형 5000톤급 다목적구축함 '강건호'의 무장체계 성능평가시험을 진행하고 2개월 내 해군 취역을 예고했다. 앞서 최현급 1번함인 '최현호'를 취역시킨 데 이어 2번함까지 실전배치 수순에 들어가면서 북한이 추진하는 '해군 핵무장화'가 본격적인 전력 확대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구축함 2척 확보만으로 실질적인 원해 작전과 해상 핵억제 능력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형 수상함 건조 속도와 별개로 함대기지와 정비체계, 승조원 훈련, 지휘통제체계 등 운용 기반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5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3일 강건호의 함무장체계 성능평가시험을 참관하고 "앞으로 두 달 안에 구축함을 해군에 취역시키기 위한 사업을 완결"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시험에서는 전략순항미사일을 비롯해 반함·반잠·반항공무기체계와 전자전수단 등이 검증됐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는 함미 방향 수직발사관(VLS)에서 화살 계열로 추정되는 전략순항미사일이 연속 발사되고, 함대공미사일과 127㎜ 주함포, 근접방어체계(CIWS) 등이 가동되는 모습이 담겼다.
특히 강건호는 1번함인 최현호보다 시험·평가 절차가 대폭 압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현호는 개별 무기의 발사 시험과 센서·지휘·무장 연동 검증, 국가전략무기통합지휘체계 검증 등이 수개월에 걸쳐 분산 진행됐다"며 "강건호는 목표 탐지와 정보 처리, 통합화력체계 검열과 실사격을 일괄적으로 수행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북한이 최현호 건조·시험 과정에서 확보한 경험을 2번함에 적용하면서 신형 구축함의 시험과 전력화 절차가 점차 표준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5월 진수 과정에서 전복 사고를 겪은 강건호가 선체와 기동 안정성을 먼저 검증한 뒤 무장체계 시험으로 넘어간 점도 최현호와의 차이점이다. 최현호가 진수 직후 무장체계를 과시한 뒤 통합·항해 검증을 진행했다면, 강건호는 항해·기동 검증을 선행한 뒤 무장체계를 시험하는 비교적 정상화된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강건호까지 취역하면 북한은 전략순항미사일 운용이 가능한 5000톤급 대형 수상함 2척을 보유하게 된다. 북한이 그동안 잠수함과 핵무인수중공격정 등 수중전력에 집중했던 해상 핵전력을 수상함까지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북한은 강건호의 조기 취역을 통해 동·서해 해상 핵무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며 "함대지 공격이 주목적인 최현급 구축함에서 화살 순항미사일 연속발사시험을 진행한 데 이어 다수의 근접방어무기를 동원한 화망사격까지 공개했다"고 평가했다.
강건호에 다수의 자동기관포가 배치된 점도 눈에 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30㎜급 다총열 근접방어포와 14.5㎜ 기관포 등 다수의 자동화기가 함정 측면에 중첩 배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중·단거리 함정 방어능력의 취약성을 다수의 근접방어무기로 보완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구형 함정에서는 근거리 교전 시 화기를 운용하는 승조원이 외부에 노출됐지만 최신 함정에는 원격조종·자동화체계를 적용해 승조원 노출도 줄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최현호와 강건호를 잇달아 전력화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해군의 작전 범위를 연안에서 원해로 확대하려는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김 총비서는 이번 시험에서 "각이한 해상 및 수중전투체계들을 개발하고 군사행동수역들에 전개하는 데서 나서는 단계별 과업"을 제시했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이 언급한 '군사행동수역'에 대해 "한국과 미국, 일본의 군사자산과 기지가 전개된 수역과 이에 대응하는 북한 해군의 작전 해역을 포괄하는 표현"이라며 "단기적으로 한반도 근해에서 시작해 중기적으로 일본 주변 해역과 주일미군 기지 사정권, 장기적으로 서태평양까지 작전 범위를 확대하려는 구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 같은 구상을 실제 작전능력으로 구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구축함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계류시설뿐 아니라 정비·보급체계와 승조원 훈련, 함정 간 지휘통제체계, 원해 작전을 지원할 군수·항공 전력 등이 필요하다. 북한 스스로 최근 함대기지 건설과 조선소 능력 확대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함정 건조 속도에 비해 관련 인프라가 뒤처져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비서는 이번에도 해군지휘와 해군문화, 해군전투력의 중심이 될 함대기지 건설과 각급 조선소의 능력 확대를 주문했다. 지난달 23일 최현호 취역식에서 "규모가 크고 다기능화된 해군기지" 건설을 강조한 데 이어 관련 인프라 구축을 재차 독려한 것이다.
북한의 해군 핵무장화가 아직 '기지 없는 구축함'의 한계를 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강건호는 향후 전략순항미사일과 국가전략무기통합지휘체계 연동, 대잠·전자전 등 잔여 시험을 거쳐 이르면 오는 9월 취역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 정권수립 78주년인 9·9절을 계기로 취역식을 개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당 창건일인 10월 10일을 전후해 3번함 진수까지 추진할 경우 '강건호 취역→3번함 진수'로 이어지는 해군력 강화 행보를 연출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최현호와 강건호의 잇단 전력화는 북한 해군이 노후 연안함정 중심의 전력에서 전략무기를 탑재한 대형 수상함 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북한이 주장하는 해군 핵무장화가 실질적인 해상 핵억제 능력으로 이어질지는 추가 함정 건조뿐 아니라 함대기지와 정비·보급, 지휘통제체계 등 기반시설 구축 속도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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