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맞아 '태양절' 대신 '쿠르스크 해방' 외친 김정은…'마이웨이' 강화
4월 첫 행보로 러시아 파병군 기리는 기념관 건설 현장 찾아
'태양절' 힘빼고 '전투 서사'를 전면에…김정은 우상화 재편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4월 첫 공개활동으로 러시아 파병군 전사자를 기리는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건설 현장을 찾았다. 김 총비서는 4월 중에 파병군 관련 주요 행사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이번달을 일종의 '보훈의 달'로 삼을 것임을 시사했다.
반면 최근 북한 매체에선 과거 북한의 가장 큰 4월 행사였던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에 대한 보도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선대 지도자를 '지우는' 김 총비서의 통치 기조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가 방문한 전투위훈기념관의 공정은 97%로, 완공 단계에 접어들었다.
김 총비서는 건축 마감과 위훈 내용 전시, 조각물, 상징 기념물 등을 둘러본 뒤 만족감을 표하며 "4월 중순 이곳에 참전 열사들의 유해를 안치하는 의식을 엄숙히 거행하고, '쿠르스크 해방작전' 종결 1주년을 맞아 준공식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총 1만 5000여 명을 러시아에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의 쿠르스크 지역 전개는 전쟁이 3년 차에 접어든 2024년 10월 말쯤 이뤄졌다.
러시아 영토였던 쿠르스크 지역은 전쟁 발발 후 2024년 8월 우크라이나가 점령했지만 지난해 다시 러시아가 점령한 후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27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명의로 "쿠르스크 지역 해방작전이 승리적으로 종결됐다"라며 이 전투에서의 '승리'를 선언하면서 참전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발표했다.
북한의 파병 결정은 김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4년 6월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 제4조, 즉 한 쪽이 외부로부터 침략을 받을 경우 군사적·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조항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국가정보원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가운데 약 600명이 숨지는 등 전체 인명 피해 규모를 약 4700명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8월 전사자 유해 송환식과 유족들이 참석한 국가표창 수여식에서 눈물을 보이는 등 최고지도자의 '위로'와 '애민' 이미지를 부각해 왔다.
동시에 러시아 파병을 국가의 위상 강화 및 '성과'로 연결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 왔다. 이는 러시아 파병에 따라 러시아로부터 막대한 경제·군사적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 파병은 북한이 고립된 정세에서 러시아라는 강력한 우군을 확보해 국력을 성장했다는 점에서 김 총비서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지속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총비서가 전투위훈기념관을 수시로 찾는 것도 이러한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10월 기념관 착공 이후 올해 1월과 지난달, 그리고 이번까지 최소 세 차례 현장을 방문했다.
특히 김 총비서가 이달 중순으로 예고한 전사자 유해 안치식은 공교롭게도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15일)과 비슷한 날짜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최고지도자가 각별히 챙기는 이 행사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북한은 태양절 행사 대신 파병군 전사자 유해 안치식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위훈기념관의 준공식은 유해 안치식과 같은 날 열리거나, 북한이 지난해 '쿠르스크 작전 종결'을 선언한 4월 27일쯤 열릴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4월 내내 상대적으로 태양절 행사가 부각되지 않는 정치 일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북한은 김 총비서 집권 초기 때까지만 해도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생일을 최대 명절로 기념해 왔지만, 최근에는 '태양절'이나 '광명성절'(김정일 생일·2월 16일) 대신 '김일성 탄생 114돌', '경사스러운 4월의 명절' 등의 우상화 표현의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김 총비서의 '선대 지우기' 사업이 뚜렷한 양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정은이 4월 15일에 김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고 다른 인사가 대신할 경우, 선대와 차별화된 '홀로서기' 기조가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며 "태양절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업적을 부각하면서도 정통성을 유지하려는 시도를 병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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