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엔 조용하던 北, 9월엔 반발 극심…ICBM 도발 명분 확보 의도

프리덤 에지·아이언 메이스에 김여정·박정천 나서 "침략전쟁 연습" 비난
北, 중·러 지지 업고 신형 ICBM '화성-20형' 공개 및 시험발사 예상

한미일 3국이 지난해 11월 14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진행한 다영역 '24-2차 프리덤에지' 훈련 모습.(국방홍보원 제공) 2024.11.1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한미일 다영역 연합 군사 훈련인 '프리덤 에지'와 한미의 핵·재래식 통합(CNI) 도상연습(TTX) '아이언 메이스'가 15일부터 시작된다.

북한은 지난 8월 연례 최대 수준의 한미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 때보다 더 극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20형' 개발 사실을 밝힌 상황에서, 이를 시험발사 하는 군사적 도발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14일 제기된다.

김여정·박정천 등 고위직 나서 직접 "침략전쟁 연습" 비난

북한은 지난 13일 노동신문에 게재한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프리덤 에지'나 '아이언 메이스'는 한미일의 '2023년 캠프 데이비드 합의'와 지난해 한미가 수립한 '핵 작전 지침'의 산물로, 3개국의 이전 우두머리들이 고안해 낸 위험한 핵 전쟁 연습들"이라며 "현 상황은 우리 핵무력의 대응태세를 더욱 만반으로 다질 것을 우리에게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14일엔 북한의 대외 총괄이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북한군의 서열 1위인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군 원수)이 나란히 담화를 발표했다. 사안별로 가장 높은 권한을 지닌 당국자들이 나선 것으로, 그만큼 북한이 이번 연합훈련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부부장은 "이전 집권자들이 고안한 위험한 '구상'을 현 집권자들이 충분히 고려한 상태에서 공감하고 실시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명백한 반공화국 대결적 자세의 여과 없는 '과시'로, 대결정책의 '계승'으로 이해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정천 부위원장도 "적대세력들의 힘자랑이 계속 이어지는 경우 그에 대한 우리의 맞대응 행동 역시 보다 명백하게, 강도 높이 표현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는 지난 8월 UFS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북한은 이재명 정부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연합훈련인 UFS에 무력 도발을 동원해 맹렬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핵미사일 발사 등의 고강도 도발은 단행하지 않았다. 반발 입장 역시 8월 11일 노광철 국방상 명의의 담화 외에는 유의미한 당국자가 나서지 않고 주로 매체의 논평 등을 통해 나왔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 8일 단행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고체연료 엔진 점화 시험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北, 중·러 지지 업고 공세로 전환…신형 ICBM '화성-20형' 연내 발사 예상

북한의 달라진 모습 사이에는 이달 초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김정은 총비서가 처음으로 참석하며 북중러 3각 밀착을 부각하고, 북한식 핵-재래식 전력 연계 발전 방안으로 추정되는 '핵무력-상용무력 병진 노선'의 공개가 있었다.

북중러 3각 밀착을 통해 북한은 중국, 러시아로부터 핵무력 강화에 대한 '양해'를 받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 총비서의 중국 방문 전 신형 ICBM인 '화성-20형'의 개발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한 북한은 지난 8일 신형 ICBM 발사체에 부착할 새로운 엔진의 개발을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화성-20형'을 곧 공개할 것임을 시사했다.

ICBM은 북한이 미국 본토 공격을 위해 개발한 핵미사일로, 이를 시험발사 하는 것은 북한이 대미 강경 행보를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함의가 있다. 현 정세에서 이를 발사한다는 것은 북중러 '반미 연대'의 군사적 표현인 셈이다.

북한은 '화성-20형'을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하고, 이를 전후로 첫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한반도에서의 한미, 한미일의 연합훈련에 다시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화성-20형' 완성을 위한 자신들의 고강도 군사 행동에 대해 제기될 비판에 미리 방어막을 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의 이런 군사 도발엔 중국, 러시아의 묵인 및 기술 지원이 전제돼 있음을 고려할 때 북한이 '신냉전'이라고 부르는 한미일-북중러 간 대립 구도가 심화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블럭화'가 고착화할 가능성도 대두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아이언 메이스와 프리덤 에지에 대해 북한은 담화를 통한 경고를 내면서 자신들의 군사 행보에 대한 일련의 명분을 축적할 것"이라며 "전술핵 모의훈련, 핵어뢰 등 수중 전력 도발 및 새 ICBM 시험발사 시위 등으로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응하는 '패키지' 도발을 단행할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