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내년까지 세 번째 최현급 구축함 구상…"해군력 '속도전' 본격화"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북한이 내년 10월까지 세 번째 5000톤급 구축함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얼마 전 두 번째 구축함을 진수하는 과정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해 김정은이 '격노'하는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해군력 강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2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남포조선소 관계자들이 전날 '궐기 모임'을 열고 내년 당 창건일인 10월 10일까지 최현급 구축함 3호를 건조하기로 결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행사에 군수를 담당하는 조춘룡 당 비서와 윤치걸 남포조선소 지배인을 비롯한 선박공업 부문의 간부, 노동자, 기술자들이 참석했으며, 김정은 시대를 '주체적 해군무력 강화의 새로운 일대 전성기'로 만들기 위한 우렁찬 함성이 울려 퍼졌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4월 26일 첫 번째 5000톤급 구축함 '최현'호를 공개했다. 약 한 달 뒤인 5월 21일 두 번째 구축함을 공개하려고 했지만, 완성된 배를 물 위에 띄우는 진수 과정에서 배가 넘어져 파손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김정은 당 총비서는 "용납할 수 없는 중대 사고이자 범죄적 행위"라며 책임자들을 강하게 문책했다. 북한은 넘어진 배를 빠르게 복구해 지난 6월 12일 다시 진수했으며, '강건'호라는 이름을 붙였다.

강건호 진수식에서 김 총비서는 "얼마 전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내년에 5000톤급 구축함 2척을 추가로 건조하는 계획을 공식 승인했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최현급 또는 그 이상의 구축함들을 매해 2척씩 건조해 작전 수역에 배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북한이 이처럼 신형 구축함 건조에 속도를 내는 것은 북한의 해군력이 한국보다 훨씬 열세인 상황에서 '최소한의 양적 균형'은 맞추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의 전투함은 420여 척으로 한국이 소유한 90여 척보다 많지만, 대부분 수백톤급의 소형 함정이며 그마저도 매우 노후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 해군은 세종대왕함급(7600톤) 3척과 정조대왕함급(8200톤) 1척 등 이지스함 4척을 포함해 구축함 총 12척을 보유하고 있고, 대구급(3100톤급)을 포함해 호위함도 17척을 갖추고 있다. 반면, 북한이 5000톤급 구축함을 진수하기 전 보유한 가장 큰 함정은 1500톤급의 압록급 호위함이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의 선언대로라면 북한이 5년 안에 (현재까지 공개한 2척을 포함해) 10척 정도를 진수하겠다는 건데, 현재 우리가 보유한 구축함이 12척인 것을 감안하면 질적으로는 부족하더라도 양적으로나마 따라잡겠다는 구상"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상당 부분 완성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해상으로 옮기려는 전략으로도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는 러시아와의 협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 4월 최현호가 공개됐을 때 배에 장착된 복합방공무기체계가 러시아의 '판치르'와 매우 유사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홍 연구위원은 "통상적으로 구축함 건조는 빠르면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북한이 1년 반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배를 완성하겠다는 건 매우 무리한 계획"이라며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에 따른 자신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23년 9월 북한이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며 선보인 김군옥함이 아직도 작전 운용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의 해군 전력이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김군옥함과는 달리 최현호의 경우 북한이 이미 '전투 적용성 시험'을 공개적으로 선보인 만큼, 어느 정도의 전투능력은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지난 4월 30일 북한은 최현호 진수식 사흘 만에 무장체계의 성능 및 전투 적용성 시험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북한은 초음속 순항미사일, 전략 순항미사일, 반항공(대공)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하고 함대함 전술유도무기와 각종 함상 자동기관포들의 시험 사격을 진행해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북한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개최할 9차 노동당 대회에서 새로운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수상함 건조를 포함한 '해군력 강화'가 주요 계획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이 다음 구축함 건조 기한을 내년 당 창건일로 삼은 만큼 곧 있을 제9차 당 대회에서 향후 5년간 함정 건조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발전된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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