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 속에서도 뜨거웠던 남북 축구 응원…"남북관계 더 화창해지길"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남북 여자축구 맞대결
남북 공동응원단부터 가족 관람객, 외신 취재진까지 붐볐던 현장
- 임여익 기자
(수원=뉴스1) 임여익 기자
"짝짝짝 내고향! 짝짝짝 수원! "
장대비가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서도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남북 여자축구 클럽 대항전을 보러온 시민들의 응원 열기는 뜨거웠다.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 경기가 열렸다.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남한의 수원FC위민이 결승 티켓을 놓고 격돌했다. 이날 구장은 가족 단위의 일반 시민부터 탈북민(북향민) 단체, 통일 관련 시민단체, 해외 취재진 등 다양한 이들로 가득 찼다.
또한 주무부처 장관인 최휘영 문화체육부 장관과 실향민 2세인 우원식 국회의장도 경기를 참관했다.
구장에 지붕이 없는 탓에 관람객 대다수는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쓴 채 응원에 집중했다. 수원 FC 측 집계에 따르면, 이날 경기장을 찾은 인원은 약 5800명 내외다.
특히 민간단체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남북 공동응원단'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내고향'이라고 적힌 깃발과 '수원FC'라고 적힌 깃발을 각각 한손에 들고 양쪽을 번갈아 가며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공동응원단의 일원으로 경기장을 방문한 강광덕(62)씨는 "오늘 비가 많이 와서 좀 아쉽지만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흐리고 억센 날보다 맑은 날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강 씨는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평양 내륙에서 남북 경협 사업에 임했던 경험이 있다.
응원단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남북 간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걸음한 시민들도 많았다. 부모님과 함께 경기장 나들이를 온 이선우(12)군은 "북한 선수들이 눈앞에서 뛰고 있는 것을 보니 너무 신기하다. 둘 다 응원하지만 한국이 이겼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
외신의 관심도 매우 높았다. 라디오프랑스인터내셔널(RFI) 소속 세리어 피오레지 기자는 "북한 선수단이 한국에 오랜만에 온다고 해서 왔다"며 "외국 기자들도 많이 온 것을 보고 남북관계는 차갑지만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뜨겁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북한 선수단이 한국을 찾아 스포츠 경기에 참석하는 건 8년 만이며, 그중에서도 북한 여자축구팀이 방한한 것은 무려 12년 만이다.
경기 중간 수원FC위민 측 응원단과 남북 공동응원단이 응원 대결을 벌이는 듯한 장면도 연출됐다. 오후 7시 25분쯤 심판이 수원팀에 경고를 주자 수원 측 응원단이 야유를 보냈고, 이에 공동응원단이 "오 필승 코리아, 오 필승 내고향"이라는 노래를 크게 부르며 맞대응한 것이다.
이날 경기는 수원FC위민이 내고향팀에 1:2로 패배하며 끝났다. 내고향축구단은 오는 23일 오후 2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도쿄 베르디 벨레자(일본)와 결승전을 치른다.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약 15억 원)다.
경기가 끝난 뒤 많은 시민들은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이례적인 남북 맞대결을 직관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공동응원단으로 방문한 정일영 서강대학교 사회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전반에는 한국이 좀 잘하는 거 같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확실히 북한 여자축구팀이 훨씬 잘하는 게 보이더라"면서 "재밌는 경기였지만 오래 단절된 남북관계 탓인지, 고된 날씨 탓인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다음에 북한 선수단이 방한할 때는 남북관계도 날씨도 더 화창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주한독일대사관에서 3년째 근무 중인 외른 바이써트(31)씨와 다비드 다빈 비거(35)씨는 이번 경기를 통해 과거 동서독의 스포츠 교류가 떠올랐다고 한다.
이들은 "독일도 남북으로 갈라졌지만 문화적 교류를 통해 통일한 역사가 있는데 남한과 북한도 비슷한 길을 걸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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