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인기 사태'에 남북 대화 희망 거는 이유는? [한반도 GPS]

北, 한국 '쓰레기'라며 비난하면서도…확전 대신 우선은 예의주시
거의 3년째 연락 단절된 남북…우발적 충돌 막기 위한 '대화' 계기 될까

편집자주 ...한반도 외교안보의 오늘을 설명하고, 내일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 발 더 들어가야 할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짚어보겠습니다.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측 초소 및 대남 확성기. 2026.1.1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올해를 '한반도 평화 공존의 원년'으로 선포하며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야심 찬 계획을 내놓은 이재명 정부의 구상에 예상치 못한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북한이 지난 10일 돌연 '한국발 무인기가 자국 상공을 침투했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인데요.

놀란 우리 정부는 발 빠르게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며 군 차원의 작전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한국을 비난하는 담화를 내놓으면서 남북 간 긴장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남북 적대적 두 국가' 정책 선포 이후 한국에 대한 비난마저 아끼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오랜만에 한국을 향해 '불량배', '쓰레기 집단'이라는 막말을 퍼부었습니다.

그런데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 일로 오히려 남북 간 대화가 재개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됩니다. 북한이 강한 불쾌감과 원색적인 비난을 표출하며 언뜻 '최악의 상황'처럼 보이는 지금,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의 미세한 희망을 발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2년 넘게 '상시 연락' 안됐던 남과 북…'무인기 사태'로 우회적 소통?
과거 통일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있던 직통 전화기의 모습. (통일부 제공)2021.10.4/뉴스1

정부는 지난 10일 북한이 처음 무인기 침투 사실을 주장하자 우리 정부가 곧바로 입장 표명에 나서고, 이에 북한이 정부의 입장을 '유의'하겠다고 응답한 일련의 흐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간 남북 간의 기본적인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던 상황에서 우회적이긴 하지만 나름의 상호작용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4일 "남북 간 소통 채널이 끊어져 있다 보니 서로 공중에 대고 담화를 발표하면서 뜻을 전달하고 있다. 이건 굉장히 부자연스럽고 비정상적인 상황이다"라면서, 하루빨리 남북 간 연락망이 복원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남북 간 공식 연락 채널은 약 2년 9개월째 완전히 멈춰있는 상태입니다. 지난 2023년 4월 북한이 '한국을 단절' 한다며 모든 연락 채널을 일방적으로 끊었기 때문인데요.

이전까지는 양측이 군 통신선과 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매일 두 번씩 통화를 하며 '상시 연락 채널'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 채널은 비무장지대(DMZ) 내에서의 화재나 우발적 총기 사고 등 상황이 있을 때도 남북이 먼저 찾는 연락망이었습니다. 지금은 이같은 기본적인 소통 창구가 전혀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 때문에 그동안 양측이 필요할 때 연락을 하지 못해 난감한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작년 3월과 5월 두 번에 걸쳐 북한 주민 총 6명이 동·서해상에서 목선을 타고 표류하다가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진입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이후 주민들이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표했음에도 우리 정부의 송환 요청에 북한 당국이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북한 주민들은 구조 시기에 따라 짧게는 43일, 길게는 124일 동안 우리 군과 정보당국의 보호 아래 체류하다가 가까스로 송환됐습니다. 북한은 끝내 우리 정부에 답은 하지 않은 채, 한국이 통보한 송환 시점과 장소에 조용히 경비정과 예인용 선박을 파견했다고 합니다.

당국 간의 연락 채널이 살아있었다면 금방 해결될 일이었을 테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적대적 두 국가' 정책을 내세운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연락에 호응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수로 떠내려간 어민들을 다시 데려오는 지극히 당연한, 인도주의적인 사안에서조차 말입니다.

'희망회로' 비판 있지만…남북 연락선 복원 계기라도 만들어야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한국발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그런데 이번 무인기 사태가 벌어진 이후 북한이 '오물풍선'과 같이 맞대응하지 않고 일단 우리 정부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를 형성하자, 정부 한편에서는 이를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왔습니다.

특히 정부는 현 상황을 윤석열 정부 때였던 지난 2024년 10월 '평양 무인기 사태' 때와 비교하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은 우리 군이 '전략적 모호성'을 이유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자 오물풍선 살포로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이에 비하면 현재는 양측 간 대화로 풀어나갈 여지가 훨씬 크다는 것이죠.

물론 정부가 지나치게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북한과의 '대화'를 언급하는 것은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라는 이야깁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남북관계 개선은 "개꿈"이자 "실현 불가능한 망상"이라고 비난하자 정부의 '희망회로'를 비판하는 여론의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실한 건 언젠가 남북이 연락선을 복구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정치적 목적이나 이념적 차원에서가 아닌, 이번 무인기 사태처럼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겼을 때 각자 '오판'할 위험을 줄이고 상황을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그렇습니다.

새해부터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무인기 사태. 이번 일이 바로 양측 간 대화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서로 좋으나 싫으나 대화는 해야 한다는 점은 명확히 알려준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