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확전' 피한 남북, '관리형 대치' 국면 전개

北, 김여정 담화로 南 측 주장 '일단 접수'…긴장 고조 여지는 남겨
국방부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조사"…조사 결과에 따라 北 반응 달라질 듯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DMZ).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와 남한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다. 2024.6.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의 '한국 무인기 침투' 주장으로 한때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지만, 정부의 부인과 군·경 합동조사 착수에 따라 북한도 확전은 피하는 모습이다. 다만 북한은 정부의 조사 태도와 결과에 따라 언제든 상황을 급박하게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남북이 일단 정부의 조사 결과를 주시하는 '관리형 대치' 국면을 형성한 것으로 12일 평가된다.

북한은 지난 10일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국이 무인기를 침투시켜 남부 국경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총참모부는 이를 '주권 침해·군사 도발'로 규정하고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광태는 대가를 치를 것이며, 책임을 절대로 모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잔해 사진과 제원을 보면, 해당 무인기는 정찰용 군사 드론이라는 북한의 주장과 달리 쉽게 구매가 가능한 중국산 상용제품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 스카이워커 테크놀로지사의 '스카이워커 타이탄 2160'이라는 구체적인 제품명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북한 총참모부의 발표 직후 "우리 군에서 운용하는 기종이 아니다"라거나, 북한이 주장한 날짜(1월 4일, 지난해 9월 27일)에 무인기를 운용한 사실이 없다면서 '침투 작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민간의 영역까지를 대상으로 '철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김여정 "韓, 현명한 선택했지만…조사 결과 지켜볼 것"

그러자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던 북한도 상황을 일단 주시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의 대외사안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인 11일 담화에서 "한국 군부가 자기들의 행위가 아니라고 밝힌 점은 그나마 연명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한다"라고 밝히며 정부의 빠른 입장 발표에 "다행"이라고도 언급했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우리 국경을 침범한 무인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정부의 조사 결과를 우선 지켜본 뒤에 대응 수위를 정하겠다는 말로 해석된다. 한편으로는 북한 역시 이 사안으로 인해 남북이 갈등하고 대치하는 상황까지 악화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도 해석됐다.

그리고 북한은 12일엔 무인기 사건과 관련해 추가적인 대응 조치나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 10~11일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무인기 관련 보도를 비중 있게 실으며 전체 인민에게도 관련 내용을 알린 것과 달라진 태도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애초에 이 사안을 남북 분쟁 사안으로 비화하려는 의도가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가 중국산 상용제품이라는 것은 북한 역시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북한이 작년 9월에 발생한 사건을 이제서야 대남 공세의 소재로 삼은 것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5년 만에 열리는 9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결속이 필요한 시점임과 동시에, 당장 남북관계에 대한 큰 개선 의지는 없음을 부각하기 위해 무인기 사안을 제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조사 결과 '신속하게' 공개 예상…법적 처리 여부도 관심

국방부는 이날 이 대통령 지시에 따른 군·경 합동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군은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또 가급적 신속한 조사를 통해 정세를 관리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군은 우선 내부적으로 무인기 운용 부대의 현황을 다시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북한이 주장한 무인가 살포 지점(강화도·파주)을 중심으로 증거물 수색·폐쇄회로(CC)TV 조사 등을 통해 살포 주체를 밝히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군·경은 탈북민 단체나 북한에 우호적이지 않은 성향의 민간단체, 정치적 성향과 관련이 없는 동호회 차원의 행위 등 모든 가능성을 열고 두고 있다.

통일부도 이날 "관계기관 조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신뢰 조성을 위해 일관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메시지를 내는 데 집중했다.

살포 주체가 확인되면 정부는 법적인 절차를 거쳐 처벌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항공안전법, 남북관계발전법 등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항공안전법은 민간 차원에서 무인기를 통제 공역에 날리는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또 '국가 안전 보장'을 해칠 우려가 있는 무인기 비행도 불법이다.

정부의 군경 합동조사 결과와 후속 설명은 향후 북한의 태도를 결정하는 1차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북한이 이를 체면을 살릴 수 있는 출구로 활용할지, 아니면 추가 압박의 명분으로 삼을지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북한의 주장에 '저자세'로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북한의 '무인기 침투' 발표 후 정부가 대통령까지 나서 조사에 착수하는 것이 마치 북한에게 '하명'을 받는 모양새와 같다는 차원에서다.

yeseul@news1.kr